본문 바로가기
2. 명상 교과서/행복하게 일하는 법

때가 돼야 알아지는 스케줄

by 날숨 한호흡 2008. 12. 24.

 

 

 

 

 

 

 

제 경우 뭘 해야 할지 아예 감이 잡히지도 않습니다.

모든 게 답답하기만 한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그게 길을 찾는 과정인데

자신의 길이 그렇게 쉽게 찾아지지가 않아서 참 오래 걸립니다.

저도 한참 학교 다니고 사회 생활할 때는

명상에 인연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누가 명상을 한다면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그걸 하나, 차라리 그 시간에 테니스를 치는 게 낫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상당히 외부 지향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왠지 만족을 못하는 게 있었습니다.

일은 열심히 하는데 내 자리가 아닌 것 같고,

내 일이 아닌 것 같고,

남의 일 대신 해주는 것 같고,

내가 할 일은 따로 있는데 그걸 잘 모르는 것 같고....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이고 일을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서 인정을 받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게 있었습니다.

저만 아는 것이었지요.

남들은 제가 즐기면서 잘하는 줄 아는데 저는 너무 싫었던 겁니다.

 

내가 왜 태어났을까?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뭘까?

가야할 길은 뭘까?

이런 생각을 계속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계기가 왔습니다.

나이 40이 다 될 때까지 제가 명상을 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됐습니다.

 

당시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한 분이 어느 명상단체에 다니고 있었는데

자기가 다니면서 체험한 얘기를 계속 하더군요.

왠지 제가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요.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전혀 동요가 없었습니다.

운동하는 것쯤으로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에 누가 저를 부르더군요.

"화영아!" 하고 부르는데 제 목소리였습니다.

일어나서 '누가 나를 불렀나?' 생각해보니 틀림없이 제 목소리였습니다.

내가 나를 부른 건데 '지금 이러고 있을 때냐?' 하고 각성시키는 어투더군요.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생각하면서 출근하려고 운전대를 잡는데

직장 동료가 얘기했던 그곳이 떠올랐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당신 다니는 데가 어디라 했지? 한번 가봐야겠다" 하니까

좋아라 하면서 거기 지도자한테 전화를 걸더군요.

그런데 오후가 되니까 몸이 찌뿌드드하면서 가기가 싫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다음에 가야겠다고 하니까 안 된답니다.

간다고 이미 다 말을 해 놓았다면서요.

 

할 수 없이 갔는데 마음에 안 들더군요.

바닥에 머리카락 떨어진게 보이고 '저 더러운 데서 어떻게 누워서 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다니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서 옷 갈아입고 나오는데

눈빛이 형형한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괜히 저한테 말을 거는데, 자기가 40일 작정하고 산에서 명상을 하다가

왠지 모르게 그날 오고 싶어서 하산했답니다.

한 30분간 얘기를 했는데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했습니다.

답답하지가 않고 탁 트였더군요.

그 사람한테 끌려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이 1주일 동안 거기 와 있었는데 만일 그 사람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첫날 나가고 안 나갔을 겁니다.

인연이 묘하게 이어진 겁니다.

 

명상을 해보니 제가 이 세상에서 해봤던 일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그동안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게 왜 그렇게 재미있을까요?

전에 해본 일 같아서 내가 인연이 있나 보다, 했습니다.

그러고는 인생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저절로 됐습니다. 때가 되면 길이 알아지더군요.

여기 오신 분들을 보면 자신의 길이 금방 드러나는 분이 있는가 하면

2~3년 후에 알아지는 분이 있고, 또 아주 오래 걸려야 알아지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에게는 미리 얘기를 안 합니다.

본인이 다 겪으면서 알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길을 알기 전에는 '산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예행연습입니다.

진짜 자신의 길을 알고부터 산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길이 그렇게 쉽게 알아지지가 않더군요.

제가 작가가 된 것도 그렇습니다.

평소 말 잘한다, 글 잘 쓴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작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재능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 능력을 발휘하는 분들 있잖습니까?

그런 분들은 재능이 금방 드러나는 스케줄을 가지고 나온 경우입니다.

보석에 비유하면 세공된 상태로 나온 겁니다.

반면 재능이 깊이 감춰져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원석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도 광산 깊이 들어가야 파지는 원석입니다.

그런 분은 깊이 들어가서 원석을 발견하고 캐내야 하니까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명상을 해야 하는 분들은 대개 잘 안 드러납니다.

자기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요.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까지 온갖 고생을 다 하는 스케줄인데

아주 길고 오묘하고 지루하게 지속됩니다.

 

그런데 그런 스케줄이 좋습니다.

금방 어떤 재능을 발휘해서 빛이 되고 귀감이 되는 사람은

사실 명상에 인연이 있는 경우는 아니거든요.

명상에 인연이 있는 사람은 남이 알아주지 못하는 상태로 지냅니다.

인물인지 아닌지 자기 자신조차 모릅니다.

밋밋하게 있다가 명상을 하면서 감춰진  재능이 드러나는데

그 다음에는 아주 눈부시게 바뀝니다.

그러니 금방 안 드러난다고 섭섭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장 자신의 일을 하라, 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