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련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찾아낸 것 하나는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화였습니다.
우선, 수련하다 보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지 않게 됩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인간에게 외로움은 당영한 것이며 수련이 깊어질수록 더 외로워집니다.
수련하기 전에는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별짓을 다 하지요.
외로움이 엄습해 오면 영화도 보러 갔다가, 책도 보다가, 친구에게 전화도 걸고 하면서
외로움을 못 견뎌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칩니다.
그런데 수련을 계속 하다 보면,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별 지장 없이 살아지는 것입니다.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것이니까요.
외롭지만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외로움 때문에 다른 것을 하려고 하지 않고,
견뎌내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또 수련하기 전에는 야한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영향을 받고 동요가 일어났다면,
점점 아무렇지 않아지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그것이 더 이상 나를 흔들어 놓지 않게되고,
인간관계의 모든 것이 나를 흔들어 놓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숨 쉬며 살아있으므로 똑같이 보이고, 봐야 하기도 하는데,
다만 그것이 나를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부부간에도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공부를 하게 되면 남편은 남편이고 나는 나이게 됩니다.
배우자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것으로 인해 내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술을 마시도 연락도 없이 외박을 했다면,
보통 여자 같으면 못 견뎌 합니다.
화가 나서 울그락불그락 어찌할 줄 모르고 에너지 소모를 하지요.
수련을 하여 무심이 되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도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일이고, 나의 일은 따로 있고, 이렇게 분리가 되어서,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으나, 그것이 나를 흔들어 놓지 않습니다.
왜 속이 상하는가?
'남편이, 남편이 아니고 나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일로 여기기 때문에 속상해 하는 것입니다. 남의 일이다.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하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집니다.
[4장. 자유, 수련이 가져다주는 선물, 3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