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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116)

by 날숨 한호흡 2008. 5. 26.

 

 

 

묵언은 내면으로 자신을 찾아 들어가는 공부라고 하였다.

지함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한 지 3-4년이 지나

10여세가 되어가자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말이 없는 가운데 나날이 지함의 눈빛이 새로워지고 있었다.

이 세상의 무엇이든지 뚫고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깊은 눈빛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지함의 눈을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그 눈을 바라보기만 하여도 끝이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로 한 달 정도 눈에서 빛이 번쩍 번쩍 나더니

그 빛이 사그러 들면서 깊숙이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안으로 안광을 감추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동안의 공부가 효과가 없었던 것인가?'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행동을 보면 지속적인 공부가 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강건한 정신세계가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점차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에 대하여

자신의 관점에서 새로이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움직이는 어떠한 원리에 대하여

나름대로 관법(觀法)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일 수 있다.

이 대단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음은 더욱 엄청난 것일 것이다.

자신도 못한 일을 지함이 하려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이 세상에는 판단이 어려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이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이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가지게 되면 판단이 되는 것이다.

판단이 된다 함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고

어떠한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판단이 된다는 것은 이미 인간의 단계를 넘어서는 일일 수 있었다.

 

'인간의 일에 대한 판단'

이것은 인간의 일일 수만은 없었다.

인간의 일이되 신의 일일 수도 있음에 이유가 있었다.

인간 중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되

결코 인간이 아닌 천수체들이 있지 않은가?

전에는 하늘이었다가 잠시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어

자신의 공부를 하면서 이 세상을 확인하고는 다시 하늘로 돌아갈

많은 선인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지함이 하고 있는 공부는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뚫어볼 수 있는 공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깊은 세계를 가지고 있음은 인간의 역량을

초월하는 어떠한 지향점이 있을 것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원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먼지 한 톨, 낙엽 한 잎마저도 모두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각각의 자신에게 있어서는 가볍거나 무거운 것이

아닌 동일한 중량을 지니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을 알든 모르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었다.

이 이유를 앎으로 인하여 사람이 신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존재의 이유'

모든 것에 공통적으로 통하는 이유였다.

그 이유를 알고 나면 모든 것의 원인과 현재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진화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나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함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부란 짧은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가 있으며 보다

근본적인 것을 얻기 위한 공부가 있었다.

 

큰 것을 얻기 위한 공부일수록 많은 노력을 함이 필수적인 것이었다.

아주 큰 것을 얻기 위하여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만큼의 정성이 필요하기도 하였다.

이 세상을 움직여 가는 근본원리에 대한 답을 구한다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얻으려는 것과 같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들어 옮길 수 있는 만큼의 정성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들어 옮길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하늘은 인간의 힘보다는 이만큼의 정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정성만으로도 이 정도의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결과를 얻은 선배 도인들의 이야기가 종종 전설로 내려오고 있었다.

하늘을 감동시켜 근본에 통하기만 하면 범인의 시각으로는

아주 작아 뵈는 정성만 가지고도 이 세상과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원리에 대하여 누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 적은 없었지만

진화는 안개가 짙게 끼여 있는 어스름 달 밤 길을 걸어가는 것 같은

상태에서도 어렴풋이 드러나려 하는 진리의 거대한 힘을 느끼고 있었다.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진리의 힘'

그것은 절대적인 지배라고 할 수밖에 없을 만큼의 유일하고 막강한 힘이었다.

그 힘에 다가서고 있는 지함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어리고 어린것이 지금 이 세상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긴 세월동안 엄청난 힘이 들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지함은 아무런 말도 없이 견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마주쳐 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 힘겹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자식의 어려움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자식이지만 어떤 때는 자식으로 보이는 것 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가려 노력하고 있는 위대한 한 인간으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앞에서 보고 있으면 자식으로만 느껴지면서도 보지 않을 때는

지함의 주변을 둘러싼 엄청난 힘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다른 아이들과 같은 아이인 것 같으면서 어떤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이런 느낌을 무엇이라고 표현할 것인가?

그러한 큰 힘이 느껴진다고 해서 만만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식으로서 만만함은 대부분 그대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가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또 무엇인가?

 

엄청난 느낌으로 보아 어쩌면 반인 반신의 경지로 가고 있는 것인가?

바라보면 애들 같으면서도 막상 앞에 없을 때는

대단한 힘 같은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 애가 무엇을 터득하는 과정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였다.

헌데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으면서도

궁금하지 않은 것 또한 이상한 것이었다.

 

자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궁금함이 없다?

다른 때 같으면 무척이나 궁금해서 물어보았을 것이다.

헌데 지금은 물어볼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절대적인 신뢰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인가?

내가 지금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 나의 역할도 마쳐야 할 때가 된 것인가?

앞으로도 내가 지함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남아 있을 것인가?

바로 옆에 있는 자식이 자식 같지 않고 먼 곳에 있는

 

그 누군가 범접할 수 없는 위인 같은 기분......

이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될 것인가?

벌써 지함은 나이가 성큼성큼 들어간다.

그런 상태로 십여 년 가까이가 지난 것이다.

자라는 것 같지 않은 사이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도 다르기는 다른 것 같았으나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남의 집 아이들보다 좀 더 의젓하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러한 점이 다행일 수 있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본다는 것은 이 아이에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결코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주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행동에 불편함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지함은 속세의 기준으로도 많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는 약간 빨리 책들을 떼어 넘어가고 있었다.

틈틈이 다른 책들도 보고 있었다.

 

 

[ 수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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