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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73)

by 날숨 한호흡 2008. 3. 26.

 

 

 

온 몸이 물에 젖은 상태로 잠시 있자 바람이 불며 추위가 몰아쳐 왔다.

이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추웠다.

옷을 만져보자 얼음이 만져지는 것 같았다.

내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 속에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너무 춥다. 옷마저 젖었으니 견디기가 너무 어렵구나.'

지함은 눈을 떠보려하다가 가만히 생각하자 지금 겪고 있는 것들이

스승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과정이 모두 자신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시험의 답안은 무엇일까?

눈을 떠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눈을 뜨면 무엇이 보일 것이며, 그대로 감고 있으면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전에는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하늘공부를 하기 위한 어떠한 과정일 것인가?

입학시험이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치러야 할 것이다.

치르는 과정이 험하고 견디기 어려울지라도 겪을 것이면 겪어야 할 것이다.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이 정도의 힘겨움에 하늘공부를 포기한다면 어찌 돌아가서 부친의 얼굴을 뵐 수 있을 것인가?

이 정도 추위에 견디지 못한대서야 어찌 하늘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자신에게 부과된 과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인가?

지함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옷에 얼어있던 얼음이 녹아 내리며 옷이 말라가고 있었다.

얼어붙었던 몸이 점차 녹아가고 있었다.

몸이 따뜻해지자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었다.

하늘에서 우렁차게 새가 우는소리가 들렸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였다.

 

'무슨 새가 우는소리일까?'

우는소리를 들어보아서는 아마도 상당히 큰 새 같았다.

우는소리가 쩌렁쩌렁 주변을 울리고 있었다.

얼마나 큰 새이기에 그 소리가 주변을 울리는 것일까?

새우는 소리가 사자우는 소리처럼 산하를 울리는 것 역시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늘에서 들리니까 새가 운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다면

무슨 짐승이 우는소리로 알았을 정도로 우렁차고 힘있는 소리였다.

그 새가 우는소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지함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조차 생각이 나질 않았다.

눈을 감고 있는 사이에 주변의 정황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았다.

 

따뜻한 바람에 옷이 마르고 있었다.

이제는 견딜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편안해지며 잠이 쏟아졌다.

앉아 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추위에 고생스러웠던 모든 것을 이 따뜻함 속에서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바람이 더운 정도를 지나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것은 또 무엇인가? 사람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몸을 강철로 만들고자 하시는 것일까? 이것은 담금질이 아닌가?'

불을 바로 옆에서 피우는 것처럼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운 바람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많은 변화가 지함을 휩쓸고 지나갔다.

일단 견디어 보자.

무슨 변화이든 설마 죽을 일이야 있겠는가?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보고 안되면 눈을 떠서 장소를 옮겨보리라.

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상책인지도 판단이 되지 않았다.

허나 눈을 뜬다면 이 뜨거운 공기에 눈이 상해버리지나 않을까 싶게 뜨거운 바람이었다.

이 정도면 더 이상 견디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을 하던 중 열기가 약간 식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지함은 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그림이었다.

분명히 그림이었다.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자세히 바라보니 화산그림이 서서히 뒤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림이라니?

그림이되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흘러내리는 그림이었다.

그렇다면 전에 본 것들도 그림이었던가?

지함은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아까 본 그림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강과 산, 절벽의 그림이 있었으며, 들판이 있는 끝에 바다도 있었다.

엄청나게 큰 새가 날아가는 것도 있었으며, 그 뒤로 용암이 흘러내리는 그림이 있었다.

단순히 그림이었는데 그렇게 뜨거울 수 있다니?

이 그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림은 자신의 옆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래로 위로 양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양옆과 위로 지나가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아래로 지나가다니?

이럴 수는 없었다.

어찌 사람이 앉아 있는데 그 밑으로 그림이 지나간단 말인가?

 

'내가 떠 있는 것인가?'

지함이 내려다보니 자신이 공중에 많이 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림과 자신의 사이에 약간의 틈새가 있었다.

불과 개미 한 마리 정도가 지나갈 만큼의 틈이 있었으며 그 사이로 그림이 지나가고 있었다.

 

 

 

둥그렇게 생긴 것도 아니면서 자신의 사방을 싸고 흐르고 있었다.

'이상한 그림이로군.'

내가 깔고 있는 것이 그림임이 확실하다면 이 그림은 어떻게 그려진 것일까?

아무래도 보통 그림이 아니었다.

인간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을 무슨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그림에서는 실제의 열기와 신선함, 그리고 내음이 풍기고 있었다.

그림이되 인간이 겪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이 때 지함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 언젠가 스승이 선화(仙畵)란 것이 있단 말을 하였다.

이 그림은 선계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이되 가끔 수백 년에 한번씩은 인간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야 하며, 그 그림을 본 사람은 크나큰 사명을 가질 것이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그 그림은 그 기운을 완전히 느끼고 받아들였을 경우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그림이라고 하셨다.

허나 그 그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그림과의 인연이 멀어져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선화(仙畵)'

틀림없이 그림인데도 모든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속(俗)에는 이러한 것이 없어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런 지 모르겠으나 너무나 사실 같은 그림이었다.

지함은 조심스레 앞을 바라보다가 일어서서 살며시 발을 내디뎠다.

저 멀리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냥 땅을 딛듯이 발이 땅에 닿았다.

발이 땅에 닿기는 하였으나 그림이 저 멀리 보이는 지라 혹시 살얼음처럼 꺼진다면 아득한 벼랑에 떨어질 런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떨어지지는 않은 채 그림을 밟고 그대로 서지는 것이었다.

그림 상으로는 오리 정도 떨어진 곳이라서 불안하였으나 밟고 서니까 일어서지는 그림.

지함이 입체그림을 밟고 서 있는 것을 누가 본다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언제 이 그림들이 끝나고 올바른 것들이 보일 것인가?'

지함은 그러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것이 선계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그림에 익숙해지는 것 역시 나의 일일 것이다.

그림을 피한다고 모든 것이 피해지겠는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선계는 자신이 가고자 하였던 것은 아니나 하늘 공부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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