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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41)

by 날숨 한호흡 2008. 2. 20.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온도, 아마도 영하 수 천도는 될 듯 싶은 온도였다.

이렇게 기체임에도 뼈가 시릴 정도의 온도가 있다니!?

이러한 냉기를 전에도 한 번 겪은 것 같았다.

언젠가는 모르지만 아스라한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 당시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이게 무엇일까?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다리에서 떨어지다니!

정신을 차렸으면 이러한 일이 없었을 것을 마음의 평정을 잃음으로서 이러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다시 다리 위로 올라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상태로 나의 길을 가지 못하고 마는 것일까?

언뜻 무엇인가 손에 만져지는 것이 있었다.

사람의 일부인 것 같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 무엇인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이므로 바닥이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았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뼈 속까지 몰려오는 두려움이었다.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이 일자 그 두려움이 다시 두려움을 몰고 와서 두려움의 정도가 갑자기 수백,

수천만 배로 증가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이 모두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의 우주가 있었단 말인가?

이러다간 내가 두려움에 묻히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이럴 수는 없었다.

내가 누구인데, 얼마나 힘들여 이곳까지 왔는데 지금 이러한 곳에 떨어져서 사라져야 한단 말인가?

 

이진사는 두려움을 참으며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려 노력하였다.

기안으로 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느껴보려 해도 느껴지는 것이 전혀 없었다.

금감(禁感)의 세계.

일체의 감각이 차단된 곳에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차가움은 감각이 전혀 없음으로써 착각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러한 곳이 있다니!

기로 움직이는 우주에서 전혀 기감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니?...

전혀 뜻밖이었다.

우주에 이러한 곳이 있다는 말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었다.

모든 것은 기로 움직이고, 기로 소통되며, 기로 운영되는 곳이 바로 선계 아니던가?

나의 감각은 이제 쓸모가 없어지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어떠한 과정이며 나의 길일 것이다.

나의 길이 아니라면 내가 가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며 나의 길일 것이다.

 

반드시 전에 건너려 했던 그 다리만이 나의 길이 아니고 우주에 이러한 곳이 있음을 아는 것 역시

내가 가야 할 길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렇다.

이 길이 바로 나의 길인 것이다.

어느 곳은 나의 길이고, 어느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편안하다고 나의 길이며, 편안하지 않다고 나의 길이 아닐 것인가?

이러한 생각을 하는 순간 이진사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그렇다.

이곳이 나의 길이다.

나의 길을 가자.

느낌이 없으면 없는 대로 나의 길이 있지 않겠는가?

가자.

 

앞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서서히 밝아져 오고 있는 것을 보니 어딘가 낯익은 광경이었다.

전에 언젠가 한 번 본 곳인 것 같았다.

사방이 얼음으로 뒤덥혀 차갑기 그지없었으며, 바람은 없었으나 지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냉기로 뒤덥혀 있었다.

풍경은 아주 삭막하고 추웠으나 무언가 느낌상으로는 따뜻한 부분도 있었다.

 

'이게 무엇인가? 내가 마음을 잘못 써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마음을 잘못 썼다면 더 이상의 벌칙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기감이 통하지 않는 것 보다 더한 벌칙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자신으로 본다면 인간으로 있을 때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이것이 본래의 나의 모습인가?'

그런 것 같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든 있기라도 한다면 어쨌든 물어볼 수도 있으련만 아무도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마도 없을 것 같았다.

이곳은 길이 보이지 않는 곳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여기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인가?

엄청난 추위지만 인간의 몸이 없어 그런 대로 견딜 만 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엄청난 냉기는 기체의 사이사이를 타고 들어와 여전히 기체상태인 자신마저도

분해해 버릴 것만 같았다.

인간이었다면 몇 분을 버티기에도 힘겨울 정도의 냉기였다.

 

'기감이 살아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냉기를 느낄 수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

어쩌면 살아있는 것 같고, 어쩌면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이러한 상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것인가?

 

앞의 얼음은 그대로 있었으나 사이사이에 물도 있었다.

물에 얼음이 떠 있는 상태였으나 얼음의 규모가 너무 커서 얼음 사이에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큰 얼음을 본 적도 없거니와 이러한 추위를 겪은 적도 없는 이진사의 경우 대책이 난감하였다.

 

'나의 잘못이 얼마나 크기에 선계에 와서 다시 이러한 고초를 겪어야 하는 것인가?

마음을 비우느라 하였건만 아직도 나의 길은 험하기 그지없는 것일까?'

이진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서서히 생각해 보았다.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저 앞으로 그대로 나갈 수도 없는 문제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만도 없었다.

언제까지 이대로 있는 단 말인가?

가만히 얼음을 보았다.

 

저 멀리에 있는 얼음 속에서 무슨 빛이 번쩍한 것 같았다.

무엇인가가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얼음은 하얀 색깔을 보이고 있는데 한 얼음에서만 색깔이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높이가 약 세 길(한 길: 사람의 키 정도의 길이), 넓이는 두 길 정도 되는 얼음 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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