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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38)

by 날숨 한호흡 2008. 2. 17.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 것일까?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네. 자네의 경우 할 일이 있음은 바로 자네가 지상의 자손을

이끌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지."

 

"누굴 말씀하시는 것이온지요?"

 

"그건 지금 알 것 없네. 나중에 알 수 있을 걸세."

 

지상의 자손이라.

어떠한 자손인가?

직계인가?

아니면 타인의 자손일까?

우주란 모든 인류가 자손이지 자신의 자손만 자손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심지어는 지금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자손일 수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하여는 너무 심각히 생각지 말게. 우선 자네가 하여야 할 일이 더 많은 까닭이네."

 

"무엇이온지요?"

 

"아직 알 것 없네."

 

지금 할 일이란 바로 마음을 닦는 일일 수도 있었다.

자신에게는 이제 마음밖에 없으므로 마음을 닦는 것이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인 것 같았다.

 

"바로 그것이네. 그것만이 자네를 더욱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이네."

 

그럴 것 같았다.

자신의 마음에는 아직 속세의 때가 너무 많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이 많은 때를 벗겨내어야만이 자신이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이라고 모두 같은 인간이 아닐세. 마찬가지로 선인이라고 모두 선인이 아니지.

선인 중에도 선인다운 선인이 있고, 선인답지 못한 선인이 있네.

선인다운 선인은 우리가 선인이라고 하고 선인답지 못한 선인은 악인이라고 하지.

이 구별은 상당히 중요하네.

영원히 선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이지.

한 번 악인이 되면 영원히 선인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네."

 

악인이란 속(俗)의 개념과는 무엇인가 다를 것이었다.

 

"그렇네. 선계의 악인이란 바로 기운이 통하지 않는 기인이지.

기운이 통하지 않으면 선계의 의도를 알 수 없고, 의도를 모르면 엉뚱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지.

그래서 항상 무례를 저지르는 것이 바로 악인이지.

지상의 개념처럼 선악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과는 달리 기운이 통하지 않는 것이 바로 악인이자

앞으로도 가장 방법이 없는 것이 바로 악인일세.

지상에서 수련을 전혀 하지 않다 보면 이러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

 

그렇구나.

기운이 통하고 아니고의 차이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이런 저런 도(道)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기운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기운을 모른다는 것은 바로 선계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선계의 뜻이 무엇인가를 알 수 없다면 선계의 의도를 따를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금수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그런데 나는 기운이 통하고 있는 것인가?

 

"자네는 기운이 통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여기에 와 있는 것일세."

 

그렇구나.

자신의 몸에 기운의 줄기가 통하고 있음을 잠시 잊었던 것이었다.

자신에게 기운이 통하고 있다면 일단 악인은 면한 것 아닌가?

악인이 아닌 것만도 천만 다행인 것처럼 느껴졌다.

선계에서 구제불능인 경우에서는 일단 벗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등급 향상은 안된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어떠한 발전을 이룩하여야 할 것인가?

준선인의 대열에 들지 못하더라도 선계에서 어떠한 일을 할 수는 있을 것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네. 자네는 다소 예외라고 할 수 있지."

 

예외라니?

선계에서 어찌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선계이므로 가능한 것이네. 선계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예외가 있을 수 있는 것이네."

 

그렇구나.

선계가 전혀 예외가 없는 곳이 아님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렇듯 빈틈없이 돌아가는 곳에서 예외가 있다니?

 

"하늘이 시켜야 할 일이 있을 경우에 가능한 일이네."

 

그렇다.

선계에서 시켜야 할 일이 있다고 하였다.

그 일이 무엇인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시켜만 준다면 뼈가 으스러지도록 하리라.

그 일의 결과에 따라 어떠한 보답이 있을 것인가 여부를 제외하고라도 무슨 일이든 하리라 마음먹었다.

이 정도에까지 이르른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닌 어떤 사명이 있을 것이며, 그 사명을 다한다면 보답은 있을 것이었다.

 

"그 보답은 자네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내려갈 수도 있네. 그래도 무관하겠는가?"

 

"무관하옵니다. 누가 받더라도 상관없이 열심히 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네. 누가 받든 선계의 일이라면 열심히 할 수 있어야 하네.

자네는 이 심사를 통과한 것이네."

 

다행이었다.

아주 사소한 정도의 다른 마음을 먹지 않고 순수하게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선계란 순수하면 받아주는 것인가?

 

"그렇네. 순수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이지."

 

다소라도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선계에서 억울한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어떻게든 나타났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던 것이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통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손해를 감수한다는 것이 자신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인가?

 

"손해라고 할 수 없네. 그것이 바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

 

그랬다.

모든 것은 나의 일이었다.

어찌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

모든 힘겨운 것은 나의 일인 것이다.

힘겨운 날이 가고 나면 그렇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에는 보다 나은 나의 날들을 만들어 보아야 할 것이었다.

힘겹다고 해도 몸을 가지고 있을 때에 비하면 힘겹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무거운 부분이 있었다.

 

마음이 무겁다.

어찌해야 가벼워질 것인가?

이 무거움은 어떠한 부분에서 오는 것일까?

이 무거움이 덜어지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

무엇인가 미진한 것이 있었다.

이진사는 이것이 수련을 하지 않음으로서 오는 것인 줄 모르고 있었다.

수련의 인연은 이렇게 사방에서 조여오는 것이었다.

힘겨운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던 이진사에 비하면 선계의 다른 선인들은 이진사에게 감겨 있는

업의 실타래를 보면서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니 망정이지 고생이 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계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바로 마음인 것이다.

인간으로 있을 때야 몸을 가지고 있으니 몸이 가장 무거운 것이었으나

인간의 몸을 벗고 나면 가장 무거운 것은 마음인 것이다.

 

이진사의 경우에도 이 정도 마음의 무게라면 벌써 가라앉았을 것이나

기운줄에 연결되어 있었던 덕분에 이만큼 견디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을 가볍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음을 가볍게 하는 방법은 마음에 달려 있네. 마음을 가벼이 하면 가벼워질 수 있는 것이지.

마음을 가볍게 하는 방법은 자네가 개발하여야 하네.

선계의 인류들은 전부 마음을 가볍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네.

다른 것은 다 몰라도 그것만 가지고 선인이 될 수 있는 것이지."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면 나의 무게도 덜어질 수 있을 것인가?

 

"약간은 가능하네. 그 비워진 마음의 무게를 하늘로 채워야 하는 것이지.

그래서 하늘이 무서운 것 아니겠나?"

 

인간으로 있을 때는 하늘이 무섭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늘이 무섭다고 생각하였을 때는 서당 시절 언젠가 천둥 번개가 마구 칠 때였다.

그 이후로는 거의 그런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선계에 오고 나니 하늘의 무게가 새삼 수만 근인 것이다.

감히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늘은 절대자였다.

감히 하늘을 빼고 무엇을 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당장 어떠한 일이 벌어질런지 몰랐다.

하늘은 절대 모르는 법이 없었으며, 모든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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