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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34)

by 날숨 한호흡 2008. 2. 10.

 

 

 

앞에 있던 백의(白衣)인이 나가자 노인이 한 분 들어오셨다.

깨끗이 늙은 티가 나는 노인이었다.

기운이 아주 맑고 힘찼다.

기력으로 보아 수백만 년 정도의 연륜을 지녔음을 알 수 있었다.

선계에 오고 나니 이러한 것들이 바로 바로 느껴졌으나 어찌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런 소리가 없이 들어온 노인은 이진사에게 말했다.

 

"이곳이 당신이 하늘로서 다스릴 수 있는 공간이오,

즉 당신이 당신의 힘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부분들이 바로 이 공간 안에 있소. 마음을 편히 하고

이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가를 터득하기 바라오."

 

"알겠습니다."

 

"우주는 각자의 것이오. 이곳은 모두가 주인이며, 모두가 내 일인 것이오.

자, 이제 당신의 공간이 펼쳐져 있으니 이곳에서 당신의 뜻을 마음대로 펴기 바라오."

 

"알겠습니다."

 

"좁은 것 같이 느껴질 것이오. 허나 우주란 원래 좁고도 넓은 것이오."

 

"알겠습니다."

 

가만히 문이 닫기며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진사를 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런 장애가 없이 사방이 환히 보이고 있었다.

노인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별들이 보였다.

아직까지 보이지 않던 별들이었다.

개중에는 보름달보다 훨씬 더 큰 별도 있었다.

그러한 별들이 서너 개 보였다.

그보다 작은 별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전부 자신의 역할이 있음이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모르고 있던 부분들이었다.

 

별들이 자신의 역할이 있다니...

그리고 이 많은 별들이 이 방안에서 보이고 있는 것은

내가 다스려야 할 공간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나의 역할은 이 별들을 관리하는 것인가?

 

"무슨 일을 하여야 할 것 같소?"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서서히 알게 될 것이오. 그동안 천천히 생각하기 바라오."

 

이진사는 이곳에서 서두르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될 때가 되면 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먹는 것이 필요 없었다.

덜어지는 만큼 자동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이렇게 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이상 되면 이러한 것이 가능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왠지 그러한 기분이 들면 그러한 것이었다.

판단이 필요 없었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감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별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지구에 있을 때는 별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별들이 움직이는 속도와 큰 별들이 움직이고 있는 속도가 각기 달랐으나

별의 크기와 비례하여 속도가 붙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멀리에 있는 작은 별을 가만히 보고있자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눈으로 따라가기에 어지러울 정도는 아니었으나 상당한 속도를 내며 다른 별을 향하여 가고 있었다.

 

"새로운 인연이 탄생하려나 보오."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선인의 말씀이 들렸다.

아마도 누군가가 태어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소."

 

그런 것 같았다.

작은 별은 엄청난 속도로 더 멀리 있는 큰 별로 향하여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자 작은 별을 받아들인 큰 별이 잠시 빛을 내다가 어두워지더니 다시 서서히 밝아졌다.

그 별에서 아침이 밝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거리를 잴 수 없이 먼 거리에 있는 별이었으나 지금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알게 되는 것은 선인이 됨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주 많은 도움이 되오. 우주가 태어나고 자라며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오."

 

그런 것 같았다.

 

우주가 생성되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저 큰 별이 지구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은 누군가 선인이 새로운 수련을 위하여 지구에서

새로운 생명을 받아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몰랐다.

 

"맞소. 밀리아나 선인이 방금 내려간 것이오."

 

밀리아나 선인?

 

"그녀는 지상에서 수녀의 길을 걷게 될 것이오. 불쌍하고 가난한 중생들을 살펴보고자 내려간 것이오."

 

그렇구나.

 

지상에서 훌륭한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인일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것이었다.

수녀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불쌍하고 가난한 중생들을 보살펴 준다니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자 그 별 이외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많은 일들을 모두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할 것 같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모든 것이

저절로 파악이 되고 내용이 기억되는 것이었다.

아니 이미 기억되어 있는 것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선계란 이러한 것이구나.

이진사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 위치에서 일을 하도록 되는 것일까?

선인일까?

나는 본격적인 수련을 하지 않았지 않는가?

선인이란 상당한 정도의 영력(靈力)을 쌓아야 가능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내가 선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선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모르는 것이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하여 이러한 과정을 밟는 것인가?

 

"선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오. 인간으로 있으면서 마음을 상당히 비워야 하며

그럼으로써 자신의 무게를 거의 들 수 없을 만큼 비워야 가능한 것이오.

당신은 수련은 하지 않았으나 마음을 비움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노력을 많이 하였소.

그것은 수십 년간 수련을 한 사람도 어려운 것이었소.

그러한 것을 당신은 향천하기 전 오래 동안 그것을 집중적으로 해왔던 것이오."

 

그랬다.

 

향천 이전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나서부터 이진사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진정 소중하고

값진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것에서 벗어나 훨훨 날 것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집착에서 벗어나고부터는 아까울 것도, 미련을 가질 것도, 안타까워해야 할 것도 없었으며

따라서 자신의 길에 대한 걱정마저도 간섭이며, 무질서이고, 남의 일로 느껴지던 것이었다.

 

때로는 이러한 것이 진정 모든 것을 위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 정도로

얼마 전의 이진사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이진사의 경우 하늘의 뜻을 읽고 나서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놓았고,

이 집착으로부터의 벗어남이 사람을 너무나 변하도록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렇던가?

 

그때 마음을 비우기 위하여 노력한 것이 이토록 향천 이후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이진사는 향천하기 전 자신의 생명에 대한 집착마저도 벗어날 정도의 해탈을 하였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확실히 다른 이진사를 느낄 정도의 탈바꿈이었다.

당시 이진사의 수준은 스스로 자신이 이승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으로 생각하였으며

이것은 거의 사실이었다.

 

예전의 이진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마음의 무게가 이 정도라면 수십년 간 닦은 수련으로서도 어려울 정도로 가벼워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련과의 차이점은 당신은 마음으로 그 길을 걸어 왔으므로

근본적인 기 바뀜이 없었다는 것이오. 호흡이란 자신의 모든 것을 전부 바꿀 수 있는 방법이오.

그것이 없었기에 진(眞)선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이 되오."

 

"그렇다면 왜 호흡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요?"

 

"인간은 아니 모든 생물은 호흡을 하도록 되어 있소.

호흡은 만물을 존재하도록 하는 수단이요 목적인 것이오.

이렇게 중요한 호흡을 통하지 않고는 생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도록 되어 있소.

당신의 마음은 수련을 많이 한 사람들에 비하여 많이 가벼워져 있었으나

몸이 가볍지 않아 그만큼의 영향을 받을 것이오."

 

그렇구나.

 

수련을 하여야 하는 것이었구나.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호흡을 가르쳐 주시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 때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당시부터 열심히 할 것을 게으름을 피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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