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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14)

by 날숨 한호흡 2008. 1. 17.

 

 

너무나 넓고 넓은 세상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직까지 느껴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았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으며

실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살아있는 인간의 몸으로도 느끼고 볼 수 있는 그러한 것이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내가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니...

나의 몸으로도 가능하다니!

이럴 수가 있다는 것은 부모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이었다.

부모님께서 어떠한 능력을 전해주시지 않으셨다면 나에게서 이러한 능력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란 어떠한 것인가?

어떠한 것까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는 것인가?

나만이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것인가?

나 역시 지금까지 평범한 한 인간이었다. 다른 사람과 조금의 차이도 없이 살아온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내가 머리가 조금 좋다는 것 이외에는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지내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이다. 생겼다기 보다는 느끼게 된 것이다.

앞에 보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전부 달라져 있는 것이다. 자신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평소 자신의 무게를 느끼던 그 감각이 아닌 것이다. 이 공간에서는 어떠한 것도 무게가 없었다.

모두 빛의 무게로 존재하므로 빛 그 이상의 무게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자신의 몸이 빛으로 변하여 있었다.

자신의 몸 역시 하나의 빛 덩어리로 변하여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손으로 만지려 하자 빛의 모습 그대로 만져지는 것이다. 빛인데도 만져지다니! 다른 것들도 만져보았다.

다른 것들도 역시 만져지는 것이었다. 빛은 빛으로 대하면 역시 동일한 효과가 나는 것인가 보았다.

 

지상에서 보았던 그 빛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빛이었다.

꽃은 꽃의 모습의 빛으로, 잎은 잎의 모습을 한 빛으로 보이고 만져지고 있는 것이다.

 

빛의 세상, 이것이 천상의 모습임을 알 수 없었던 당시에는 그 실체가 잠시 왔다가 가고는 하였다.

하지만 이 세상을 실감하고 나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움직임이 빛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빛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빛이었다.

빛이 주가 되고, 빛이 종이 되는 세상이었다. 빛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빛임을 알자 빛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나 역시 빛으로 이루어진 일부에 불과한 것이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다가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를 따라 호흡을 하다가 이리로 온 것이다. 숨을 멈춘지 오래 된 것 같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긴 시간을 여기에서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빛의 상태로 있으니 호흡이 필요없지만 다시 몸으로 돌아가면 호흡이 필요할 것인데

숨쉬는 방법을 잊었다. 숨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있었으니 두고 온 몸이 성할 것 같지 않았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다시 아까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다.

앞에 보이고 있는 것은 웬지 나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나의 것이 아니라기 보다는 나의 것이기는 해도 아직은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나의 것이 될지라도 지금은 나의 것이 아니고,

앞으로 될 것인데 건드리면 오히려 정화되지 않은 자신의 기운으로 오염이 될 것 같았다.

그것은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대로 놓아두고 자주 와서 이 산과 나무, 풀과 꽃들을 보고 싶었다.

호흡이 되면 와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이곳으로 들어온 방법이 생각나지 않고 나갈 수도 없으니

다음에 들어오는 것은 더욱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았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에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을 만나지 못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아까 뵈었던 할아버지를 찾았다.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어디 계세요?"

"여기에 있단다."

"어디 계세요?"

"여기 있지 않니."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는 것이니라."

"어떻게요?"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 달렸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데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된다."

"......??????"

"네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의 곳으로 가고 싶어요."

"여기가 싫더냐?"

"싫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오래 있을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네가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곳이다. 아직은 때가 이르니 오늘은 이만 가보도록 해라."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 지요?"

"네가 가고 싶으면 돌아갈 수 있다. 자, 생각을 돌아간다고 하자. 시간을 돌려서 다시 아까의 시간으로 간다고 생각해라. 간단하게 다시 아까의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라."

 

생각으로 이곳으로 오기 전의 상태로 돌리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시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생각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일단은 그 방법이외에는 없을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엔가 멀지 않은 곳에 계시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였다.

지금 있는 이곳은 무엇인가 다른 곳과는 달랐다. 어떠한 것도 지상의 것과는 달리 살아있었다.

그 살아있음이 이렇듯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현재까지의 경험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일까? 조씨는 궁금함을 가지고 돌아가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돌아간다기 보다는 이곳으로 오기 전의 상태를 생각하라고 하셨다.

이곳으로 오기 전의 상태를 생각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

그것이 가능한지는 내가 생각을 해보면 알 것이 아닌가?

생각만으로 행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곳이 있음은 진정 경이였다.

 

자-. 그러면 돌아가 보자. 이곳이 좋기는 하지만 내가 있던 그곳이 지금은 그리웠다.

아버지의 파장이 그리웠다.

할아버지의 파장은 너무 자연상태의 파장에 가까워

특별히 나와 관련이 있는 분의 파장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파장은 인간의 파장으로서 자신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할아버지의 파장은 자신을 이루고 있는 기운의 전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버지의 파장은 자신의 골격을 이루고, 나머지는 내가 스스로 채워도 될 것 같았다.

 

"아버지-."

아버지를 부르는 순간 주변의 기운이 바뀌고 있었다. 기운의 밀도가 촘촘해 지며 진해지고 있었다.

물엿같은 상태로 기운이 바뀌며 끈끈하게 자신을 에워싸고 있었다.

기운이 바뀌려는 찰나였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가야 할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느낌이 오는 방향을 향하여 인사를 하였다.

 

"할아버지. 저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거라.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다시 오너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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