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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 칼럼/무심

[사람은 어떻게 자유로워지나]허균과 광해군

by 날숨 한호흡 2007. 9. 18.

 

 

 

               광해군이 참 멋진 임금이었더군요.

               홍길동전의 허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었는데,

               거기 보니까 광해군이 허균을 그렇게 사랑했었을 수가 없었습니다.

               십몇 년을 신하이자 스승으로 가까이 지냈고,

               다른 사람이 없어도 너만 끝까지 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까지 했습니다.

               사람이 워낙 똑똑하니까 마음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 허균이 나중에 역모를 꾀해서 광해군한테 반기를 들었는데

               마지막 회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광해군이 허균을 만나서  '이제라도 마음을 돌릴 수 없겠는가,

               네가 잘못했다고 하고 나를 보필해주면 너의 죄를 안 묻겠다' 고 합니다.

               그러는데도 허균은 배반할 수 없으므로 자기 길을 가겠다고 그러더군요.

 

               광해군이 애통해하면서,

               자네를 믿었는데 마음을 못 얻었으니 헛 살았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걸 보면서, 왕으로서 저렇게까지 할까 했습니다.

               작가가 그리기도 잘 그렸더군요.

 

 

 

 

 

               나중에 광해군이 왕위에서 물러나 섬으로 유배를 갔지 않습니까.

               초가집이 방이 아래위로 딱 두 개 있었는데 감시하는 사람이 아랫방을 썼다고 합니다.

               반말하고 부려먹고 하는데도, 광해군이 그렇게 여여했다더군요.

               다른 사람 같으면 울화통 터져서 못 살았을 텐데,

               불도 안 들어오는 냉골에서 모욕을 당하면서도 18년이나 유유자적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 사실만 가지고도 '아, 이분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했습니다.

               그럴 수 있어야 됩니다. 왕일 때 왕이고 유배당했으면 유배당한 거지,

               자꾸 옛날 그리워하면 뭐하겠습니까.

 

 

               [무심 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