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언제나 그랬듯 복수(僕水)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초나라의 두 중신이 왕의 명령을 받들고 찾아왔다.
사신들이 말했다.
"선생께서 초나라의 재상이 되어 주십시오. 이것은 우리 임금님의 소원입니다."
장자는 낚싯줄을 드리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듣자하니, 귀국에는 죽은 지 3천년이 된 영험스런 거북이가 있다고 합니다그려.
아무튼 댁들의 임금께서는 그것을 귀한 비단보에 싸서 상자에 넣어두고는
극진하게 제사를 올린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거북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그 거북은 죽임을 당한 뒤에 제사를 받는 편과 살아서 흙탕물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는 편 중에서
어느 편이 낫다고 생각했겠소?"
사신들이 대답했다.
"그거야 이를 말이겠습니까? 살아 있는 편이 더 낫습겠지요."
그러자 장자는 시큰둥하게 선언했다.
"바로 그렇소이다. 그러니 자, 그만 돌아들 가시오.
나도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살고 싶으니까 말이오!"
[장자]
'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 > 행복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0) | 2007.07.31 |
---|---|
숭어 (0) | 2007.06.30 |
무슨 공부인가? (0) | 2007.06.01 |
젊음과 늙음 (0) | 2007.05.06 |
행복이란 (0) | 2007.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