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프란츠 할스는 매일 저녁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되는 것이 일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제자들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하나도 잃지 않았으며,
오히려 고참 제자 몇몇은 혹시나 스승이 밤 늦게 술에 취해 집으로 가다 강물에 빠지거나
다칠까 봐 당번을 정해 술집에서부터 집까지 스승을 부축해서 잘 모실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집까지 모시고 와서는 옷도 신도 벗겨 드리고 침대에 눕혀 드리고 나와야 제자들의 일과가 끝나는 셈이었다.
이렇게 하면서 제자들이 알게 된 스승의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
그 버릇이란 다름이 아니라 비록 술이 엉망으로 취했다 하더라도
저녁 기도를 한 번도 빠짐 없이 바치고, 그 저녁 기도 끝에는 항상
"주님, 저를 당신의 그 높은 천국으로 하루 빨리 데려가 주소서!"
하고 비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스승께서 천국으로 빨리 데려가 달라는 청원이 그분의 진정한 마음인지,
아니면 괜히 습관적으로 그러는 것인지를 놓고 제자들 사에에 의견이 분분하였다.
마침내 이 문제를 확실하게 알아보자고 의견이 일치되어 일을 꾸미게 되었다.
즉 네 사람이 그 일을 담당하였는데,
스승 침대 바로 위의 천장으로 올라가서 침대 네 모서리로 내려가는 구멍 네 개를 뚫어서
그 구멍으로 굵은 밧줄을 내려 침대 네 모서리를 단단히 묶어 놓았다.
밤이 되어 스승을 술집에서 모시고 와서 보통 때처럼 침대에 눕혀 드리고선
등불을 갖고 나간 후 재빨리 계단을 거쳐 천장으로 올라가서
스승이 바치는 저녁 기도에 귀를 기울였다.
그 저녁 기도 끝에 귀에 익은 기도 소리,
"주님, 저를 당신의 그 높은 천국으로 하루 빨리 데려가 주소서!" 가 들려왔다.
그 즉시 네 사람의 제자들이 침대를 서서히 공중으로 잡아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그렇게 술에 취한 할스이지만 자기가 공중에 붕붕 떠올라가는 기분임을 알아채고는
하늘이 자기 기도를 들어주신 줄로 믿고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님,
이렇게 빨리는 말고요. 이렇게 빨리는 말고요!"
[하느님도 농담을 아실까?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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