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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 칼럼/무심

[자유로운 삶의 방식]건망증 찬가

by 날숨 한호흡 2007. 3. 11.

 

 

 

 

  

 

며칠 전 어느 분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무슨 일일까 하며 열어 보니

 

'본인의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이 주위 분들에게 폐가 된다면 명상을 하러 오지 않겠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간 이분에게는

 

'세상에는 들어야 할 소리가 그리 많지 않으며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명상에서는 차라리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이 낫다.

그리고 육체의 장애는 마음의 장애에 비하면 축복이다.

명상을 할 수 있는 몸과 영성을 갖춰주심에 감사하라'

는 내용의 말씀을 여러 차례 드리며 격려한 바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분이 건망증 환자가 되어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물으면

 

'제 귀가 잘 안 들리나요?', 그러면 옆에 있는 다른 분은

'님의 귀가 잘 안들리나요? 그 사실을 잊어버려서 미안합니다.' 이렇게 되도록.

 

이 세상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자신의 외모가 불구이거나 어디가 아픈 것,

대학을 안 나온 것,

지위와 돈이 없는 것.......,

특히 타인의 잘못은 자나깨나 기억해야 할 것인가요?

 

우리 모두 건망증 환자가 되어 누가 물으면

 

'제가 대학을 안 나왔나요?

제가 가난한가요?

제가 박사인가요?

누가 잘못했나요?'

하십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하늘의 사랑,

땅의 고마움,

타인의 잘못에 앞서 내 마음의 불구,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불완전하므로

우리는 모두 완성으로 향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지요?

 

[무심 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