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장에 나가다
그후 나는 봉천동에 있는 박의 도장에 두달 정도 나갔다.
진전이 없었고 더 이상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속상해서 스승님께 여쭈었다.
편안하셨습니까?
안 그래도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 일이 터졌구나.
심법 자체가 원래 그리 쉽게 열리는 것이 아니니라.
박이 지도를 잘못하고 있음이다.
허나 그 문제에 대해 거론함은 별 도움이 안될 것이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배우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하는 일이다.
사회 경험이나 모든 면에서 네가 한 수 위에 있으나 어쨌든 참고 심법을 뽑아내야 한다.
그 녀석이 원래 그렇게 벽은 아니나 지도방법이 서투른 점은 인정한다.
허! 어찌한다! 이번 과정을 넘기고 나면 다시 만날 일도 없을 터인데
그 고비를 못넘기고 나면 앞으로 고비는 더욱 힘겨운 것을 어찌하려 하느냐?
(탄식하신다)
혼자 하는 방법은 없는지요?
있긴 있으나.... 어렵다.
어렵더라도 갈 수는 있사옵니까?
가능하다.
박과 함께 가는 것은 어찌합니까?
...
어렵사옵니까?
그렇기 밖에 더 하겠느냐?
정 마음에 안 들면 그만 둬라.
이번에는 인연이 아닌 듯 하다.
차후 다른 인연이 나타날 것이니 그때 다시 수련을 받도록 해라.
그동안은 나와 함께 가볼 수밖에 없겠다.
수련이 그토록 쉽다면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벙어리, 귀머거리, 소경 3년이 어디 산에서 수도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였더냐?
그러고도 어떻게 남을 나무란단 말이냐?
아직도 자신에 대한 아집을 못버렸다고 할 수밖에 없구나.
통탄할 일이다.
어찌 고비가 이것 뿐이겠느냐?
앞으로 더한 고비가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각오해야 할 터인데
여기서 못 넘으면 이제 앞으로 넘기는 너무나 힘들 것이다.
그나마 설은 지식이라도 가지고 있는 이가 그 사람인데 그리 쉽게 내놓으리라고 기대했단 말이냐?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도인은 도인을 알아보고 범인은 도인을 못알라 보는 것이니 박은 범인이 도인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지식만 받으면 되는 것인데 그 지식을 받기가 쉽기를 기대했단 말이냐?
어린아이처럼 달래서 넘겨 받았어야 하는데 사사건건 부딪치기만 하니
이래가지고야 어디 수련이 되길 기대하겠느냐?
다시한번 잘 생각새 봐라.
그리고 나서 물어 보도록 해라.
후에 또 논하자.
공부를 너무 쉽게 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 보도록 해라.
이제껏 만만한 상대만 만나서 그렇게 올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쉬운 것만 있는 길은 아닐 것이니
각오를 새로이 해야할 것이다.
때로는 터무니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도 있는데 그렇게 순리대로만 풀리기를 기대했더란 말이냐?
이 길이 그렇게 쉬운 길이 아니니 좀 더 자신을 낮추고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해야 할 것이다.
별로 공부한 것도 없으면서 무슨 공부를 했다고 그렇게 자신만만하단 말이냐?
다시 한번 생각해라.
인간으로서는 상근기(上根器)라도 선계에서는 아직 멀었느니라.
[ 선계에 가고 싶다-선도스승님과의 만남, 수선재, 1999년 5월 출간, 20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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