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생활의 발견/하루하루이야기

편지2..

by 날숨 한호흡 2015. 8. 4.

 

 

 

 

편지2..

 

 

 

 

 

 

 

찬미예수..

 

보스꼬에게

 

 

 

장마비가 구슬지게 하루하고 반나절을 쏟아놓고 갔다.

멎은 비 새로 파란하늘 그리고 싱긋 웃는 태양이 드러났다.

밀렸던 옷가지들을 빨아 햇에 말려 지금 새옷을 입었다.

햇볓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잘 있었니 뜨문뜨문 소식을 전해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이곳은 매일매일 너무도 똑같은 시간표 속에 칼같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짜증이 나곤하지 왜냐하면 사람은 새로운 것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 로마이래 새로운 것은 없다 」라는 것은 실재 새로운 것은 없으며

단지 느낌과 표현만이 다르다는 것이겠지 난 이런 점에서 나의 본래의 인간성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되.

그리고는 대단한 실망감에 빠진다.

나의 무절제함, 비도덕성, 가식 등등, 예수님은 이런 나에게 교회의 일을 주려고 한다고 생각되니

더욱 내 자신이 두렵다.

남들(다른 신학생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경주해야 된다는 결론이 남는다.

왜냐하면 지금에 와서 나의 이상과 꿈을 모두 접어두고 또 다른 새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도저히 나의 지난날의 시간들이 너무 허무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비겁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난 「 지와 사랑 」의 골드문트 처럼

내 자신을 투신할 용기는 없기 때문이다.

몇 일전 부대옆 민간인 집에 일을 해 주러 갔다가 어떻게 얘길하다

신부가 된다는 얘길하게 됐는데

아주머니는 내게 호통을 치면서 장가 안가는 것은 불효요 몹쓸 짓이라면서 당장에 때려치라는 거야.

얼마나 웃었는지.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난 웃으면서 여유만만하고 자신있어 하면서도

속으로는 내 자신이 위축됨을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이런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겠니.

 

 

보고싶구나 OO아!

인간적인 나약함도 감수하고 난 가끔 도심에 서서 온종일 뙤약 볕을 맞아 지친 내 자신을 본다.

이럴때 문에 기대어 드린 기도는 기막힌 위로였다.

그러나 삶에서 허탈감은 가끔 무게를 느낀다.

아뭏든 네게 이런 넋두리하는 내 모습이 참 의지없고 나약해 보인다.

그러나 세상은 이렇게 두개로 나뉘어 졌다.

약한대도 강하게, 강한데도 약하게 표현되도록 그래서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말이야

 

 

희랍어의 KAOS(카오스)는 혼돈의 상태를, 그리고 KOSMOS(코스모스)는 질서의 상태를 말한다.

혼돈과 갈등의 시간속에 분명 KOSMOS 의 세계는 도래될거다.

하느님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지 않으셨니?

아뭏든 혼돈과 뒤바뀌는 삶의 가치속에 본질(IDENTITY)을 지켜 신학생으로서의 나를 가꾸기가

쉽지 않다.

다시 본연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할께.

 

 

참 방학인데 어찌 지내니 논문은 준비하고 있는지

어쨌든 궁금하구나 어머니 아버님 동생들 모두 건강하신지 안부 전한다.

 

 

그리고 한달 후께나 너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림픽 전에 휴가를 한번씩 보내준다는 풍문이 들리거든, 어쩄든 기다려 본다. 안뇽.

 

 

 

                                                                                                 루까.

 

 

 

 

 

 

 

 

 

 

 

 

 

1988년 여름.. 나는 대학 4학년.. 가톨릭대 신학생으로 군종병으로 복무하던 나의 대부님의 편지..  

 

요즘.. 지난 날 나에게 보내어진 편지와 카드들을 다시 한장한장 읽어보고 있다..

 

나에게 참으로 많은 좋은 친구들 스승들이 계셨음을.. 이제서야 깨닫고..

 

 

 

 

.....

 

 

 

 

 

 

 

 

 

 

 

'2. 생활의 발견 > 하루하루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4..  (0) 2015.11.03
편지3..  (0) 2015.10.13
임실여행2.. 달이 잠드는 곳.. 월면..   (0) 2015.07.15
임실여행1..  (0) 2015.07.07
낚시1..  (0) 201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