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영혼을 항해하는 배
가슴 속 사랑의 꽃을 떠올려 보아.
아롱아롱 피어나려 하는구나.
양분을 주고 햇볓을 쬐어
부디 활짝 피어오르게 하여라.
그 사랑의 꽃에서 기운을 당겨서 써라.
글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꽃을 가꾸듯이.
주눅 들게 하고 기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진심으로 영혼이 밝아지고 활짝 피어나
본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글을 쓰는 목적이 되어야 하느니.
세상에 수많은 글이 마치
바닷가에 밀려든 부유물처럼 떠돌고 있구나.
그 중에 그의 영혼을 본향까지 실어다 줄 배가 있다.
오랜 항해에 시달리고 풍파에 닳고 추위에 떨어온 그를.
그의 영혼을 따스하게 녹여 주고 사랑으로 감싸 줄
본래의 자신, 우주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실어다 줄.
그곳으로 가는 배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아무 데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 하나만을 위한 배이며, 그것은
진정 읽는 이의 영혼에 가 닿을 수 있는 글이니라.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정하지 않아.
이 사람에게는 이런 글이 저 사람에게는 저런 글이 가 닿을 것이니
그 아름다운 항해로의 길을 열어 주는
글을 쓰도록 하라.
단 한 줄이어도, 번득이는 영혼의 조우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영혼을 담아 써야 하느니.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나 자기만족을 위해 쓴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다 한들
우주에 남는, 가치 있는 글이 되지는 못하리라.
오래 남아 후세에 감동을 주는 작품의 이유를 아느냐.
모든 것을 담아 혼신으로,
영혼으로 그것들을 하였기 때문이다.
너는 글을 어떻게 쓰려고 하느냐.
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진정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척박한 지구 영토에 한 그루 영혼의 나무를 심어라.
점을 하나 찍더라도 그곳에서 싹이 오르고 가지가 뻗어 올라
우주에 닿도록 하여라.
수많은 사람을 인도하는 커다란 배를 짓기를 바라노라.
그 배에선 깨달음의 하프 소리가 울려 나오고
고결한 정수에서 나오는 기쁨의 합창이
무파장 가운데 고요한 파장으로 배를 밀어갈 것이다.
진정 만민을 위하는 거룩한 여정에 올라타라.
우주를 흐르는 도도한 대장정에
글로써 아름답게 이어가기를
바라고 바라노라.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