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월明月이라는 기명은 처음 기생이 되자 머리를 올려준 분이 내리신 것입니다."
하필 기생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요?
혼자 있으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공부임을 알았으며 공부를 통하여 많은 일을 할 수 있음도 알았습니다.
허나 당시 집안에 들어앉아 있으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따라서 부친께 나가고자 함을 편지로 고하고 나왔습니다.
그때 인연을 끊고 나왔으므로 더 이상 연연할 일이 없었습니다.
몇 년이나 기생을 하였는지요?
아마 8~9년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오늘 보니 참으로 인간의 냄새가 나는군요.
사람들은 황 선인을 선녀인 줄 알고 있는 것 아시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제가 글줄이나 아는 것과 시를 몇 줄 지은 것 이외에 무었이 있었는지요?
그런데 뭇 남정네들이 왜 황선인을 그리 좋아하였는지요?
제가 좋아하기도 한 것이지요.
황 선인께서 남정네들에게 정을 주기도 했던 것인지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왜 저를 좋아했겠습니까?
그랬었군요.
저는 황 선인은 정을 주지 않는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정을 주지 않으면 저를 좋아했겠습니까?
황 선인이 기생이 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총각은 누구였는지요?
꽃신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는 말도 있는데요?
꽃신을 만드는 사람인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를 짝사랑하다가 죽은 사람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고,
상여가 멈춘 것이 아니라 죽으면서 저의 집 앞에 상여를 놓고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이 일로인하여 저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았고 이 일이 저에게 어쩌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을 알았지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고 상당히 깊은 하늘의 뜻을 담은 일이었으며, 이 일로 인하여 하늘이 저에게 던진 메시지를 알아듣지 못하였더라면 그 후에 기생으로 일평생을 사는 것보다 더욱 많은 고민과 번뇌 속에서 일평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때 알아들어서 여생을 나름대로 공부를 하면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총각의 마음이 순수했기 때문에 전달이 빨랐고 그래서 제가 바로 공부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이지요.
기명은 무엇인지요?
'명월明月'이라고 하였습니다.
누가 지어 주었는지요?
당시에 저를 가까이 했던 남정네가 지어준 이름을 제가 마음에 들어 계속 사용한 것이지요.
기명이란 것이 본인 마음대로 택할 수 있는 것이었나요?
그렇지는 않고 속俗에 있을 때 처음 기생이 되자 제게 머리를 올려준 분이 내리신 것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요?
당시 저도 잘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관아의 현령 정도 되었던 분 같습니다.
글줄이나 읽었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明'자와 '月'자는 아무나 쓰는 글자가 아님에도 선인께 그러한 기명을 내린 것을 보니 건방진 구석이 있는 사람인 것 같군요.
저도 처음에는 이런 기명을 사용하는 것이 혹 하늘에 누가 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였으나 월月이고 그것도 밤에 뜨는 것이므로 무관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둔 것이 그리 되었지요.
알았습니다.
참으로 잘 지은 이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황 선인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이름이기도 하였을 것 같습니다.
.....
[ 제1장 황진이, 삶을 말하다, 8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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