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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 칼럼/수선재 명상편지

봄이 오는 길목에서

by 날숨 한호흡 2010. 5. 14.

봄이 오는 길목에서



며칠 전 공원을 지나다
숲속에 그 많던 눈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파릇파릇 새싹들이
땅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는
새삼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았습니다.

모진 추위의 긴 시간을 견디고
대지를 뚫고
힘차게 올라오는 생명들이 싱그럽고 대견해
숲속을 걸으며 조용히 그들과 함께 해보았습니다.

숲에는 크고 작은 새들이
낙엽을 들춰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고
짝을 찾기 위해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합니다.

겨우내 마른 나무에도 어느새 잎이 돋고
점점 초록 옷을 갈아입고 있는 이 땅에
천지의 사랑이 충만해져 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껴봅니다.

만물이 용솟음치는 봄,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생명의 소리들……

눈 덮힌 동토의 긴 겨울은 그렇게
소리 없이 봄에게 한발씩 자리를 내어주고
그 자취를 감추어 갑니다.

오고 감이 정확한 자연의 순리에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아야 할 것인지,
때가 되면 내주고 가야함에도 혹시
주지 못해 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눈부신 이 봄날에
날마다 진리에 순응하고 만물을 사랑하며
자연과 호흡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러시아에서 허령님의 명상일기-
※ '명상일기' 는 명상과 일상생활에 관한 수선재 회원들의 자기 성찰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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