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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 칼럼/수선재 명상편지

인생

by 날숨 한호흡 2009. 11. 9.

인생



나들이 길이 아닌 줄은 알지만 나들이 길 같았으면 합니다.
예쁜 꽃들도 피어 있고 나비들도 날아
피고름 맺힌 발가락들도 잊은 채
조금만 더 가면 쉴 수 있으려니
한 밤만 더 자면 도착하려니 하다가
나도 모르게 도착해 버린 그 곳이길,
그런 길이었으면 합니다.

잔칫날들이 아닌 줄은 알지만 잔칫날 같았으면 합니다.
알록달록 떡도 찌고 풍선도 매달고
살점 떨어진 피 맺힌 상처들도 서로 꿰매어 가며
한마당, 한바탕 놀아보니
바로 무아지경, 바로 그 지경이었으면 합니다.

소풍 가는 길이 아닌 줄은 알지만 소풍 가는 길이었으면 합니다.
막상 떠나면 고생길이지만
그래도 설레이고 행복한 소풍 전날처럼
단 한 알의 사탕에 그렁이던 눈물 거두고
꼬까춤 추며 앞으로 앞으로 뛰어가는
그토록 절박하고 순박한 아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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