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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 칼럼/수선재 명상편지

월동준비

by 날숨 한호흡 2009. 11. 16.

월동준비



저희 학교에는 저만의 은밀한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어쩌다 학교에 지각을 하면
교장선생님의 눈을 피하기 위한 몰래공간이지요.

그런데 그 장소는 꼭 저만의 장소는 아닌가 봅니다.
아주 조용히 차를 몰아 그곳에 도착하면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몰래 담배를 피우는
한무리의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지각쟁이 선생인 저의 차가 나타나면
놀란토끼마냥 우르르 흩어지는 담배학생들을 보니
한편으론 미안해 지고 한편으론 섭섭해 집니다.

누군가의 눈을 피하는 것이라면
그 녀석들이나 저나 공범인데...
그렇다면 이 선생이 은밀히 담배불이라도 붙여줄 수 있을 것인데...
무서운 괴물보듯 달아나는 녀석들을 보니
한참이나 서운해 집니다.

그러다 문득 제 자신도 상대방의 진심도 몰라주고
무조건 피했던 무지한 마음은 없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진짜 몰라서,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게 흘려버렸던 많은 일들......

새파란 늦가을의 하늘을 올려다보니 참 많이도 부끄러워집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어느 철학자의 말을 떠올려 보며
이번 월동준비는 '아는 만큼 따뜻해 진다'로 생각해 봅니다.

무심함이 다른 이의 마음을 더더욱 시리게 하는 추운 겨울...
제 자신의 감긴 눈과 닫힌 마음을 먼저 여는 여유로움으로
따스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준비해 보렵니다.
엣지있게 그렇게 말이죠.

- 박미선님의 명상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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