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서 일본의 장인匠人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장인들은 참 깊이 들어가더군요.
조그만 여관 같은 데를 가도 목숨 걸고 운영합니다.
손님 맞는 예절부터 시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랄 게 없습니다.
음식도 다른 데서는 먹을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을 대접합니다.
텃밭에서 재배한 싱싱한 채소를 내놓는가 하면,
1년 전에 갔던 사람이 다시 가면 같은 음식을 안 먹게 합니다.
문짝 하나만 봐도 벌써 기가 죽습니다.
값으로 치면 몇 백만 원짜리입니다.
생나무를 물에 한 백 번쯤 담갔다가 꺼내는데 그래야 크기가 줄어들어서
문에 잘 맞는다고 합니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서 잘 손질한 다음 거기다 조각을 합니다.
길거리에서 칼을 파는 노점상을 취재했는데 아주 장인 정신으로 일하는 분이더군요.
얼굴이 벌써 선하고 표정이 밝습니다.
잘 다린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깨끗한 앞치마를 두르고 파는데
하루에 4백 개 정도 판다고 합니다.
호박이니 양파니 하는 요리 재료를 갖다 놓고, 써는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을 하는데
그렇게 말을 재밌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한번 얘기하고 나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칼을 사갈 정도입니다.
그분 말씀이 자기는 칼을 파는 게 아니랍니다.
열정을 파는 거랍니다.
온갖 정성을 다해서 열심히 설명을 하면 멀리서 들어도 그 열정의 기운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뭔데 저렇게 열심히 설명하는가?' 하면서 마음이 기운다는 거지요.
대개는 말하는 게 힘드니까 녹음기를 틀어놓잖습니까?
"바나나가 왔어요, 바나나가 왔어요" 이렇게 미리 녹음된 내용을 틀어놓는데
그렇게 하는 것과 끊임없이 열정을 부추겨 설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겁니다.
제자가 둘 있는데 둘 다 대학을 나왔습니다.
제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몇 가지 시험을 거쳐서 그 둘을 선택했답니다.
그중 한 제자가 몇 달 따라다닌 끝에 처음으로 시연을 하게 됐습니다.
스승을 흉내 내어 똑같이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30분쯤 설명했는데도 아무도 안 와봅니다.
다 그냥 지나갑니다.
스승이 보다가 중지시킵니다.
"네가 지금 하는 건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그냥 설명을 하는 것이다,
물건을 파는 것과 그냥 설명을 하는 것은 다르다" 라고 말합니다.
열정이 없다는 겁니다.
내 걸 판다고 생각하면 집에 가면 그런 게 느껴지잖습니까?
주인이 열정이 있습니다.
주인의 마음이 딴 데 가 있다고 느껴지는 집은 십중팔구 망하는 걸 보게 되고요.
그분이 원래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답니다.
부끄럼을 많이 타고 남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노점상을 하게 됐는가 하면
어렸을 적에 집이 시장 근처에 있어서 심심하면 나가서 노점상 구경을 많이 했답니다.
재밌으니까 구경을 많이 했는데,
한 번은 노점상 한 분이 노점을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더랍니다.
갑자기 위급한 일이 생겼다는 겁니다.
만날와서 구경하니까 안면이 있었을 것이고요.
그분이 얼떨결에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노점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물어보니까 또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설명을 하다 보니 또 본격적으로 하게 됐고요.
신나게 설명하다 보니 그날 물건을 몇 개 팔았답니다.
나중에 원주인이 돌아와서 너무나 좋아 하더랍니다.
도둑맞지 않고 지켜주기만 해도 고마운데 몇 개 팔기까지 했으니까요.
굉장히 고마워하면서 칭찬해 주더랍니다.
그분이 그날 집에 돌아와서 기쁨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건을 했다, 그것도 남을 기쁘게 하는 일을 했다.
그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때부터 그 길로 나갔답니다. 참 감동적이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일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존경할 만한 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열정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칼 하나 파는데도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파는데 명상하시는 분들이 열정이 없어서야 되겠는지요?
자기 일에 신이 안 난다는 것은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입니다.
끊임없이 부추겨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스스로 자꾸 부추겨야 합니다.
[2장 자신의 일을 하라, 63쪽]
'2. 명상 교과서 > 행복하게 일하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과 명상이 조화되어 가는 길]명상은 양, 일은 음 (0) | 2009.04.23 |
---|---|
나 죽은 줄 알아라 (0) | 2009.04.22 |
큰 자리에 가면 커지고, 작은 자리에 가면 작아지고 (0) | 2009.04.17 |
철저하게 '장이'가 돼야 (0) | 2009.04.14 |
작게 시작하라 (0) | 2009.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