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우 천일 동안 금촉수련을 했습니다.
천일 수련을 하면서 육백여 일만에 견성(見性, 깨달음)을 했는데,
천일을 내쳐 했습니다.
그때는 최소한의 살림만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파트 슈퍼마켓에서 장봐오고,
아이들 담임선생님이 보자고 하면 갔다 오는 정도 이외에는
계속 집에 있으면서 금촉을 했습니다.
산에 들어가서 선방禪房에서 수련한 것이 아니라
속가俗家에서 가족들과 같이 지내면서 수련을 한 것입니다.
가정에서 주부로 살면서 어떻게 금촉을 할 수 있었는가 묻는 분도 계시더군요.
그런데 자기가 원칙을 세워서 하기 나름입니다.
할 일은 다 하되 반응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고 연락도 없이 안 들어왔다 할 때,
거기에 대해 괴로워하거나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움직임이 없는 것입니다.
그전에는 그런 일이 있으면 이해가 되든 안 되든 반드시 어떤 대답을 받아냈는데,
금촉수련을 한 후에는 일절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먼저 얘기하면 "아, 그랬느냐" 하고 넘어갔고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밤 1시, 2시가 되도록 안 들어올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반응했다면 금촉을 못 했을 겁니다.
그냥 다 내버려두고 기적으로도 마음으로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금촉수련을 하는 동안 만나자고 연락해오는 사람도 많았는데
과감하게 쳐냈습니다.
제가 결국 하고자 하는 것은 수련이었기 때문에
그런 만남이 제게 아무 의미가 없었지요.
그분들이 그때는 서운해 했는데 나중에는 또 존중해 주더군요.
수련할 때는 그렇게 원칙을 세우고,
그에 어긋나는 것은 과감하게 잘라야 합니다.
몇 달 먹을 것을 벌어서 외딴 곳에서 백일 수련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백일 금촉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백일이라는 시간이 만만치 않은 시간이어서,
그 기간 동안 어디 갇혀 있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요.
백일 금촉수련을 할 수 있는 근기만 되어도 대단한 것입니다.
여름에 하는 금촉수련은 더욱 힘듭니다.
겨울은 안으로 움츠러들고 가두는 계절이니까 오히려 나은데,
여름은 기운이 밖으로 뻗치고 발산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그걸 안으로 돌리는 것이 굉장한 고행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아마 무슨 핑계를 대서든 뛰쳐나갈 겁니다.
그러니까 백일 금촉수련을 하고자 하시는 분은
우선 그걸 해낼 수 있는 몸 상태, 마음 상태를 갖추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몸과 마음이 아주 평안하고 축기도 많이 되어 있어야만,
백일 동안 잘 견딜 수 있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
수련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부작용만 생깁니다.
수도하는 사람들이 산에 들어가서 잘 먹지도 자지도 않고 수련만 하다가
종종 병을 얻잖습니까?
스님들도 기가 잘 통하지도 않는데 선방에 앉아서 면벽 수행을 했다가는,
그게 잘 되지도 않을 뿐더러 병만 얻기 십상입니다.
수련이란 현명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
무대포로 밀고 나간다고 잘하는 게 아닌 것입니다.
평상시의 수련도 마찬가지여서
'하루 2시간 정도 하는 수련도 벅차다' 하시는 분은 기초 체력이 달리는 것이므로
우선 체력단련을 해야 합니다.
심폐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힘이 부치지 않는 속보 같은 운동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평소에 체력을 길러두어야만 수련을 잘할 수 있습니다.
[ 7장 우주의 사랑으로 가는 길, 30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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