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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행복 이야기

열반경-성행품(聖行品)중에서..

by 날숨 한호흡 2008. 8. 3.

 

 

 

얼굴이 예쁘고 화사하게 차려 입은 한 여인이 자기 집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주인은 반기며 묻는다.

 

"당신은 누구시지요?"

 

여인은 수줍어하면서 "공덕천(功德天)이어요" 라고 대답한다.

 

"무슨 일을 하시나요?"

 

"가는 데마다 그 집에 복을 준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그 여인을 집안으로 정중히 맞아들여 향을 사르고 꽃을 뿌려 공양한다.

 

밖을 보니 또 한 여인이 문 앞에 서 있다.

그녀는 추한 얼굴에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주인은 기분이 언짢아 "당신은 누구요?" 하고 퉁명스럽게 묻는다.

 

그녀는 쇳소리가 나는 음성으로 "흑암천(黑暗天)이라 해요"라고 대답한다.

 

"무슨 일로 왔소?"

 

"나는 가는 데마다 그 집에 재앙을 뿌리지요."

 

주인은 화를 벌컥 내면서 당장 물러가라고 고함을 친다.

그러자 그녀는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한다.

 

"조금 전에 당신이 반기면서 맞아들인 이는 우리 언니인데,

나는 항상 언니와 같이 살아야 할 신세랍니다.

나를 쫓아내면 우리 언니도 나를 따라올 것입니다."

 

주인은 얼굴이 예쁜 공덕천 여인에게 그 사실을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이와 같이 말한다.

 

"나를 좋아하려면 우리 동생도 함께 좋아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시도 떨어져서는 못 사니까요."

 

주인은 두 여인을 다 내쫓아버렸다고 경전은 기록하고 있다.

 

일장일단,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래서 묘미가 있다.

이 비바람이 개이면 다시 맑은 햇살이 눈부시게 온 대지에 쏟아질 것이다.

 

 

[산방한담-법정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