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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선계이야기2

의선 허준과의 만남 (25)

by 날숨 한호흡 2008. 7. 7.

 

 

- 마치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현실이 그림이 되었다가 다시 그림이 현실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림과 현실이 중복되어 있는 세계.

제 앞에 보이던 그림이 처음 보았던 그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변하여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상상도 못하였던 세계였습니다.

너무 나이가 어린 탓에 앞에 보이는 것만을 전부로 알고 지내왔으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앞에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느낌상으로는 지금 변해 보이고 있는 것들과 아까 보였던 것들이 다른 것이 아니고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왠지 다른 것으로 보였으나 다른 것이 아니고 하나였던 것입니다.

다만 시간차이일 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이 그림을 두고 양쪽에 중복된 두 현실은 동일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림을 통하여 이 두 현실이 연결된 것 같았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결국은 같은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이 다른 세계는 부모와 가족이 있는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 있을지 모르며,

따라서 그리운 이들을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모두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뒤켠에는 집이 있었고, 왼쪽에는 논이, 오른 쪽에는 밭이 있었습니다.

왼쪽이나 오른쪽, 뒤쪽은 그대로 있었는데 앞에서만 그렇게 보였던 것입니다.

앞에 보이던 것들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무슨 환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요즈음 지구의 기법으로 말한다면 특수효과를 넣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눈을 비벼 보았습니다.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착각이 일어난 것은 아닌가 하여 다시금 생각을 가다듬어 보았으나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제가 본 것이 정상적으로 본 것이었으나 다른 현실이 중복되어 있었으며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직은 그 방법을 찾기가 막연할 것 같았으나 착각도 허상도 아닌 현실을 보았다면

이 현실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을 알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밖에 나가셨던 어른들께서 돌아오셨으나 여쭈어 보려 해도 헛것을 보았다는

말만 들을 것 같아서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그대로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잠결에 낮에 보았던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꿈이 아닌가 생각하였으나 꿈이 아니었습니다.

밤중임에도 사실대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꿈이 아닌 것은 소리도 그대로 들리고 만져보는 것이 그대로인 것을 보아 분명하였습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였으나 아침에 피곤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아이들과 놀고 있는데 다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