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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선계이야기2

의선 허준과의 만남 (24)

by 날숨 한호흡 2008. 7. 4.

 

 

 

= 다시 허준 선인의 얘기로 돌아가시지요... 본인께서 선인인 것을 언제 아셨는지요?

 

- 선인이라기 보다는 자연과 하나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이었습니다.

간신히 걸어다니는 정도의 나이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마도 서너 살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봄 날 아주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어른들이 제가 마당에서 놀도록 놔두시고 주변에서 일을 보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마당에 나와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멀리 산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모든 것들이 어느 한 점에서부터 서서히 돌면서 이그러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든가 이상함이 없이 그저 바라보고 있자 점차 이그러지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그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온 하늘과 땅이 전부 이그러지면서 제가 서 있던 자리까지 이그러지고

이 세상이 모두 이그러지면서 제 주변의 모든 이들이 저와 하나가 되어 팔랑개비 돌 듯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제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공처럼 변하여 돌고 있고,

저는 그 공의 안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앞에 보이고 있는 것은 마치 벽에 걸린 그림이 돌아가듯

그렇게 천천히 돌아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회전하면서 모든 색이 하나로 섞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점차 모든 색들이 엷은 색으로 변하다가 나중에는 아주 밝은 흰색이 되었습니다.

회전하고 있는 흰색의 한가운데에 아주 작은 구멍이 보였습니다.

 

바늘이 하나 들어갈 수 있을까 말까 한 아주 작은 구멍이었습니다.

그 구멍은 약간씩 크거나 작게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그 구멍을 통하여 언뜻 푸른색이 보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푸른색만도 아니었습니다.

연하늘색이 되다가 노란색이 되기도 하고, 녹색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주로 청색과 황색의 배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색들이 살짝 살짝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하늘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모든 색들이 강한 기운이자 빛이었습니다.

엄청난 농도를 가지고 있는 기운이었습니다.

 

끈끈하고 다양한 색깔의 기운이 보이다 말다 하면서 사라지고 난 후

다시 그 작은 구멍이 허공이 되어 끝없이 깊은 검은 색으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던 그림이 속도를 늦추었습니다.

그림이 희미한 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서는 것이 아니고 각도가 기울은 상태로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보기 위하여 고개를 돌리고 보니 다른 그림이었습니다.

제가 보았던 그 상태가 아니고 다른 그림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마당가에서 보았던 자연이 아니고 다른 하나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동안 제 앞에 있던 자연은 그림으로 변해 버렸던 것입니다.

이 그림의 형태가 변해가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두꺼운 철판이 펴지듯 천천히 느린 동작으로 펴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본래의 자연으로 아주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