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은 후한 시대 사람이다. 그는 대단히 박학하여 사람들이 관서(關西)의 공자라고 할 정도였다.
그가 동래군의 태수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밤이 늦었는데 창읍현의 현령 왕밀이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왕밀이라는 사람은 양진으로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양진이 형주자사로 있을 적에 그를 관리시험에 합격시킨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환담이 한창 익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왕밀이 양진에게 금 열 근을 꺼내어 주는 것이었다.
양진은 인품이 부드러웠으므로 정중하게 그것을 거절하였다.
"나는 전부터 그대의 학식이나 인물됨을 잘 알고 있네.
그런데, 그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잊고 있는 것 같군."
왕밀은 사정조로 말하였다.
"이것은 뇌물이 아니올시다. 다만 전에 은혜를 입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일 따름이지요."
"아닐세. 자네가 이미 현령이 되었으니 더 열심히 하는 것이 나에 대한 보답이 되는 것일세."
"태주님도 참 딱하십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라고는 없는데 뭘 그러십니까?"
거기에서 양진은 엄숙하게 말하였다.
"이보게.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자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이렇게 말하자 왕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숭어 173쪽, 후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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