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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평화 이야기

아들의 죽음

by 날숨 한호흡 2007. 6. 6.

 

 

 

동문오(東門吳)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아들이 죽었다.

그런데도 그는 도무지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의 집을 돌보아주던 사람이 이상해서 물었다.

 

"영감님이 그토록 사랑하시던 아드님이 지금 이 세상에 없게 되었는데,

영감님께서는 어찌 슬픈 마음이 없으십니까?"

 

동문오가 대답했다.

 

"내가 일찍이 아들이 없었소. 그리고 아들이 없던 그때 나는 슬퍼하지 않았었소.

그런데 이제 아들이 죽었으니, 이것은 처음 아들이 없었던 때와 같게 된 거요.

내가 슬퍼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이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농부는 때를 찾고, 장사꾼은 이익을 취하고, 직공은 기술을 연마하고, 관리는 세력을 좇지요.

이것은 다 그때 환경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오.

그러나 생각해 본다면 농사에는 수재와 한해가 있고,

장사에는 이익과 손해가 있고,

공업에도 성공과 실패가 있고,

벼슬에도 운이 좋고 나쁠 때가 있는 법.

그것은 모두 자연의 질서이니,

내게도 그 자연의 질서가 찾아온 것이 아니겠소?"

 

 

[열자,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