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이 되어야만 법을 전수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숙이고 겸손한 척합니다.
다른 곳에서 세상살이를 할 때에는 그렇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하늘을 배우는 이곳 수선재에 와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인 지위나 재산에서는 자신보다 훨씬 낮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 면에서는 자신보다 높으신 분들일 수 있습니다.
함부로 대하거나 잘난 척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보실 때는 지위나 재산으로 우열을 가리지 않습니다.
저도 들어오신 회원님들의 나이, 지위, 남녀, 직업 같은 걸 따지지 않고 다 같이 대합니다.
아무리 가진 것이 없고 낮은 자리에 있는 분일지라도 마음이 겸손하고 비워져 있으면
제가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많이 가졌지만 마음이 비워지지 않고 건방진 분에게는 한없이 냉정하게 대하는 것도 보셨을 것이고요.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의 서성書聖 왕희지라는 분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인데
'인간이 아니면 법을 전수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 수련도 마찬가지여서 초급 과정에서는 기운을 널리 전해도
고급과정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인간이 되어야만 법을 전수합니다.
가끔씩 "제가 수련이 되는 겁니까? 아무리 해도 수련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질문하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렇게 질문할 때 저를 쳐다보는 얼굴을 보면 꼭 빚쟁이가 빚달라고 조르는 표정입니다.
수련이란 마음을 갈고 닦는 것입니다.
그런데 질문하시는 분의 마음속에는
갈고 닦는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능력에 대한 기대가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왜 수련을 열심히 해도 파장연결이 안 되는가?
의통연결이 안 되는가? 눈이 안 열리는가? 이런 뜻으로 질문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수련에서는 겸손이라는 그릇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되지 않습니다.
필요에 의해 연결을 해드려도 겸손이라는 그릇이 되지 않으면 다시 쓶깁니다.
앞으로는 "제거 수련이 되고 있습니까?" 하는 질문보다는
"제가 좀 겸손해졌습니까? 마음이 좀 비워졌습니까? 마음이 좀 열렸습니까?" 하고
질문해 주시면 반갑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기꺼이 어느 정도 열렸다, 어느 정도 비워졌다 말씀드릴 것입니다.
[ 4부 仙인류의 수련2, 1장 仙계수련의 과정, 2절 전인이 되는 마음공부, 4. 하심 공부, 수선재, 2012년 10월, 5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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