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인연 이야기

부처님이 아들의 못된 버릇을 고치다

by 날숨 한호흡 2015. 5. 8.

 

 

 

 

부처님이 아들의 못된 버릇을 고치다

 

 

 

라훌라가 아직 도를 얻기 전이었다.

 

 

그는 성미가 거칠고 사나운데다 말에는 진심성이 적었다.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현제(賢提)라는 절에 가서 안거(安居)하여라.

안거 중에는 입을 무겁게 가져 부디 말조심하고 생각을 한 곳에 모아 경전과 계율을 열심히 배워라."

 

 

라훌라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그 절에 가서 90일 동안 안거하면서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고 정진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부처님은 몸소 라훌라가 안거하는 곳으로 가보았다.

라훌라는 부처님을 반기면서 예배드린 뒤 노끈으로 짠 의자를 내놓았다.

부처님은 의자에 걸터앉아 라훌라에게 말씀하셨다.

 

 

"대야에 물을 떠다 내 발을 좀 씻어주겠니?"

 

 

라훌라는 재빨리 물을 떠다 부처님의 발을 씻어드렸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발 씻은 이 물을 보아라,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

 

 

"발을 씻어 더러워진 물을 어떻게 마실 수 있겠어요? 갖다 버려야지요."

 

 

"그렇다, 더러워진 물은 다시 쓸 수가 없다.

잘 듣거라.

너도 그와 같다.

너는 비록 내 제자요, 카필라의 왕손이요,

세속의 영화를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沙門)이 되었지만,

정진을 게을리하고 입을 지키지 않으며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한 번뇌가 네 마음에 가득히 더러워진 물처럼 되었느니라."

 

 

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대야의 물을 내다 버려라."

 

 

라훌라는 대야의 물을 버리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대야가 비었지만 거기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

 

 

"담을 수 없어요.

발을 씻어서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너는 집을 나와 사문이 되었으면서도 입에는 진실한 말이 적고

생각은 거칠며 정진을 게을리한다.

그래서 여러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발 씻은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부처님은 이때 갑자기 대야를 발로 걷어찼다.

대야는 떼굴떼굴 굴러가다가 한쪽에 멎었다.

 

 

"라훌라야, 너는 혹시 저 대야가 깨어질까 걱정하지 않았느냐?"

 

 

"발 씻은 그릇이고 또 값이 헐한 물건이라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다.

몸으로는 함부로 행동하고 입으로는 거친 말과 나쁜 욕지거리로 남을 헐뜯는 일이 많으므로

사람들은 너를 아끼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그 버릇을 고치지 않고 정신이 몸을 떠나게 되면(죽는다는 표현)

삼악도(三惡道)에 윤회하면서 끝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라훌라는 이처럼 준엄한 말씀을 듣고 부끄럽고 두렵게 생각하였다.

 

 

그는 이때부터 스스로 꾸짖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욕된 일을 참고 대지(大地)처럼 순해졌다.

 

 

<법구비유경 상품(象品)>

 

 

 

 

 

 

 

 

 

 

 

 

[인연이야기, 법정, 남을 괴롭히면 스스로 괴로워진다, 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