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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인연 이야기

철판을 배에 두르고 다니는 사나이

by 날숨 한호흡 2010. 8. 26.

 

 

 

 

 

 

 

 

 

 

삿트야 니간타의 이름을 가진 장로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총명과 지혜가 뛰어나 나라 안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하였다.

또 그에게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다.

이런 일 때문에 그는 자기도취에 빠져 그의 눈앞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철판으로 배를 싸고 다녔다.

사람들이 괴상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물으면,

'지혜가 터져 나올까 두렵기 때문이오' 라고 으시댔다.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여 밝고 지혜로운 법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교화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시기심으로 자나깨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들으니 사문 고타마는 스스로 부처가 되었다고 한다는구나. 지금 나는 그에게로 가서 깊고 묘한 이치를 물어 말문을 막아 버리겠노라."

 

그는 제자들을 거느리고 사밧티의 기원정사로 향했다.

기원정사에 이르자 부처님의 위엄이 해돋이와 같이 빛나는 것을 바라보고 나서는 기쁨과 두려움이 그를 착잡하게 하였다. 그는 부처님 앞에 예배드리고 나서 다음과 같이 물었다.

 

"어떤 이를 가리켜 도인이라 하고 지혜롭다 하며, 어떤 이를 장로라 하고 단정하다 합니까? 또 어떤 사람을 가리켜 사문이라 하고 비구라하며, 어질고 밝다 합니까? 그리고 어떤이를 가리켜 도가 있다 하고 법을 받든다 합니까?"

 

부처님은 그의 물음에 대해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마음이 올바르고 법답게 행하며

정의를 지키는 지혜로운 사람

그를 가리켜 도인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지혜로운 사람인가

말 잘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없고 걱정도 없으며

선을 지키는 이가 지혜로운 사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장로인가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장로인가

그의 나이헛되이 늙었으니

그것은 속이 빈 늙은이일 뿐

 

진실과 진리와 부드러움과

불살생과 절제로써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사람

그를 진정한 장로라 하네

 

어떤 것이 단정한 사람인가

질투하고 인색하고 겉으로 꾸미거나

말과 행동에 어긋남이 있으면

꽃 같은 모습은 될 수 없네

 

질투와 인색과 위선을

뿌리채 뽑아 없애버리고

지혜로워 성내지 않는 이

그런 사람을 단정하다 하네

 

어떤 것이 사문인가

머리를 깍았기 때문이 아니다

허위와 탐욕에 차 있는 자가

어찌 사문이 될 수 있으리

 

크고 작은 악을 물리치고

도량이 넓고 진리를 잘 펴며

마음이 고요해서 잠잠한 이

그를 일러 사문이라 하네

 

어떤 것이 비구인가

밥을 빈다고 비구가 아니다

삿된 행으로 바라는 것 없으면

그것은 다만 이름을 구함이니

 

온갖 죄악의 업을 잘라버리고

법다운 행을 깨끗이 닦아

지혜로써 온갖 악을 부수는 이

그를 일러 비구라 하네

 

어떤 것이 어질고 밝음인가

입에 말이 없다고 해서가 아니다.

마음쓰는 것을 정묘하게 못하면

바깥 형식만 따르는 것이니

 

마음에 거리끼는 일 없어

그 마음의 행이 밝게 비고

이것 저것 사라져 고요해지면

그를 일러 어질고 밝다 하네

 

어떤 것을 도가 있다고 하는가

한 생명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널리 모든 중생을 두루 건져

해침이 없음을 도가 있다고 하네

 

어떤 것이 법을 받듬인가

많이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비록 들은 법은 적더라도

그것을 몸소 익혀 행하고

도를 잘 지켜 잊지 않는 이

그를 일러 법을 받든다고 하네.

 

삿트야 니간타와 그의 제자들은 아와 같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마음이 열려 기뻐하였다.

그들은 교만한 생각을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비구가 되었다.

 

 

 

[남을 괴롭히면 스스로 괴로워진다, 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