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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인연 이야기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가는 사람

by 날숨 한호흡 2010. 8. 22.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새로 비구가 된 네 사람이 벗나무 아래 좌선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벚꽃이 한창이어서 빛깔도 곱고 향기도 그윽했다,

출가한 지가 얼마 안된 그들은 좌선을 하다말고 꽃그늘 아래서 잡담을 털어놓았다.

 

한 사람이 불쑥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 세상 만물 가운데서 우리가 아끼고 사랑할 만한 것으로서 가장 즐거운 일이 무엇일까?"

 

한 사람이 말했다.

 

"한창 봄이 무르녹아 초목의 빛이 눈부실 때 들녘에 나가 봄놀이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지."

 

또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잔치가 있어 친구들이 한데 모여 술잔을 나누면서 음악에 맞추어 노래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일걸."

 

다른 사람은 말했다.

 

"많은 재물을 가득 쌓아 두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것. 수레와 말과 옷이 찬란하여 남들이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는 걸 보고 있으면 가장 즐거운 거야."

 

또 한 사람은 말하기를,

 

"아름다운 처첩들이 고운 옷을 입고 향긋한 향기를 피울 때, 그들과 마음껏 어울리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집은 나왔지만 아직도 세속의 탐욕에 미련이 남아 있음을 살피고 그들을 부르셨다.

 

"너희들은 나무 아래 모여 앉아 무슨 이야기들을 그토록 신나게 하였느냐?"

 

그들은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즐거워하는 것들은 모두가 근심스럽고 두려운 일이며, 위태롭고 멸망에 이르는 길이다. 그것은 영원히 평안하고 안락한 길이 아니다.

 

보아라, 천지 만물은 봄에는 무성했다가도 가을과 겨울이 되면 시들어 떨어지지 않더냐. 친구들끼리 모여 노는 즐거움도 반드시 헤어지는 것이며, 재물과 수레와 말 따위는 언젠가는 모두 다섯 집의 몫이 되고만다.

다섯 집의 몫이란 관청으로부터의 몰수, 도적들의 약탈, 수재, 화재, 방탕한 자식들의 낭비를 말한다. 그리고 처첩들의 아름다움은 애증과 갈등의 뿌리이니라.

 

범부들이 세상에 살면서 원망과 재난을 불러 일으켜 몸을 위태롭게 하고 집안을 망치는 것이 모두 그런데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집을 나온 비구는 세속의 미련을 버리고 도를 구하되, 그 뜻을 무위(無爲)에 두어 영화와 이익을 탐하지 않고 스스로 열반을 성취한다. 이것이 가장 즐거운 길이다."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랑에서 근심이 생기고

사랑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사랑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리

 

욕락에서 근심이 생기고

욕락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욕락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리

 

애욕에서 근심이 생기고

애욕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애욕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리

 

계행과 식견을 두루 갖추어

바르게 행동하고 진실로 말하며

자기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이웃에게서 사랑을 받는다

 

말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

생각한 뒤에 말하여

온갖 욕망에서 벗어난 이

그는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가는 사람.

 

그때 네 사람의 비구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 부끄러워하며 크게 뉘우쳤다.

 

<법구비유경 호화품>

 

 

 

[남을 괴롭히면 스스로 괴로워진다, 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