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스토리
지금까지의 인생은 아무렇게나 살아왔을 수도 있고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연출해서 첫 장면부터 철저하게 계산해서 가십시오.
좋은 영화일수록 불필요한 장면이 거의 없어요.
꼭 그 장면이 나와야 되는 이유가 있거든요.
장면, 장면이 다 아름답고 장면 하나로 전체를 소개합니다.
어떤 영화를 보면 도입부부터 내내 지루하다 끝에 가서 조금 재미있어지는데
그렇게 지워버렸으면 좋을 부분은 만들지 마시고 없어도 좋을 장면도 넣지 마시고
자신의 인생에 꼭 필요한 장면만 삽입하셔서 짜임새 있고 아름답게 살아가십시오.
영화 중에서 제일 재미없는 것이 뭐냐 하면 뻔한 스토리입니다.
한 장면을 보면 다음 장면이 연상되는 거 있죠?
'아, 저럴 것이다.' 하면 틀림없이 그렇게 됩니다.
그렇게 뻔한 스토리 만들지 마시고 '의표를 찌른다'는 말이 있죠?
반전, 허를 찌르는 거예요.
틀림없이 이럴 줄 알았는데 안 그래요.
그럴 때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되는 거거든요.
저도 수련 지도를 하다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내가 오늘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했으니까 저 사람이 내일은 틀림없이 안 나올거야.'
하면 정말 안 나옵니다.
그런데 나왔다면 너무 반갑죠.
그런 것이 바로 허를 딱 찌른 거예요.
그런 것이 참 좋습니다.
뻔한 스토리로 가는 사람들은 너무 재미없습니다.
이 수련의 과정에서는 끝없이 반전을 합니다.
반전, 반전, 또 반전해서 자기 자신도 놀라고 주변 사람도 놀라게 하는 연출을 하셔서
스스로도 신나고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재미있는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선인들은 허튼 말, 허튼 행동은 손짓 하나도 하시기 않습니다.
다 필요해서 적재적소에 하시는 거예요.
그러나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아예 내 인생에서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싶은 장면 만들지 마시고
꼭 필요한 것만 넣으시고 비록 과거는 그렇게 살아왔을지라도
앞으로의 인생이라도 그렇게 하시기 바랍니다.
작가가 글을 쓸 때 처음에 '무엇을 쓸 것인가?' 부터 생각을 합니다.
주제를 정하는 것입니다.
사랑, 배반, 질투, 성스러움, 고동 등 여러 가지 주제가 있을 수 있죠.
다음에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해요.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표현 방법에 따라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외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우선 자신의 주제를 선택하십시오.
본성을 만나는 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금생은 뼈저리게 고독하게, 철저히 혼자 되는 인생을 살아 보겠다.' 이럴 수도 있어요.
혹은 '나는 빛나는 작품을 하나 남겨서 인류에게 공헌하겠다.'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주제를 정하신 다음에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하셔서 적절하게 표현을 해 내시기 바랍니다.
돌아가실 때쯤 되면 '나는 한 편의 명작을 남겼다.',
'내 인생이 하나의 명작이었다.' 이렇게 되도록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 누구하고 같이 있을 때의 비중보다는 혼자 있을 때의 장면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는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지내는가.' 그런 것이
그 사림의 인격, 품격을 나타내 주는 가장 적절한 척도가 됩니다.
얼마 전에 심혜진이라는 영화 배우가 인터뷰를 한 것을 봤는데
그중 한 귀절이 맘에 와 닿았습니다.
결혼에 한 번 실패를 한 사람인가봐요.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결혼을 하게 되면 혼자만의 고독, 외로움 같은 감성에 젖을 여백을 잊어 버리기 때문에
큰 손해가 아니냐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 뭔가를 아는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연기가 아주 당당해졌더군요.
전에 '결혼 이야기' 찍었을 때는 별로 호감을 갖지 않았었는데
요즘 '마지막 전쟁'에 나오는 것을 보니까 많이 달라졌어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연기하는 데 아주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얘기를 하면서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연기를 허술하게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분도 혼자 있는 시간을 적절하게 보냈기 때문에 그런 감각을 가지게 된 거예요.
특히 수련하시는 분들은 혼자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 선계이야기1-단전호흡, 수선재, 2000년 3월 출간, 16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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