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한 젊은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사람됨이 질박하고 순진했지만 한편 완고하고 어리석기 때문에 도道를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탐욕을 생각하였고, 또한 양기가 왕성하여 타오르는 음욕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그는 늘 괴로워하였다.
어느날 그는 조용히 생각하였다.
'이놈의 뿌리를 끊어버려야만 청정하게 되어 도의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길로 그는 시주의 집에 가서 도끼를 빌려왔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옷을 벗은 다음 판자 위에 앉았다.
도끼를 들어 자신의 음경을 끊으려 하다가 잠시 생각했다.
'이놈의 음경이 항상 괴롭히면서 무량겁을 두고 나를 생사에 헤매게 했다. 육도(六途)에 윤회하게 한 것도 몯 이 색욕 때문이었다. 이것을 잘라 없애버리지 않고서는 도를 얻을 기약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은 번민하는 그 비구의 마음을 살펴 아시었다.
도는 마음을 억제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마음이 그 근본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그는 자신이 죽을 것도 모르고 스스로 해쳐 고통을 받으려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시고 부처님은 그 비구의 방 앞에 가서 물으셨다.
"너는 지금 방안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느냐?"
그는 깜짝 놀라 쥐었던 도끼를 놓고, 서둘러 옷을 입은 뒤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도를 배운지 오래 되었으나 저는 아직도 그 문을 알지 못합니다. 앉아서 선정(禪定)에 들 때에는 곧 도를 얻을 것 같다가도 그만 음욕의 구름에 가려 양기가 왕성하게 일어나므로 마음은 설레고 눈은 어두워져 천지를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스스로 꾸짖은 끝에 돌이켜 생각하니 그 까닭은 모두 색욕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도끼로 음경을 끊어 버리려고 하던 참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 그렇게 어리석어 도리를 모르느냐. 도를 얻으려면 먼저 그 어리석음부터 끊고, 그 다음에 마음을 억제해야 한다. 마음이 선악의 뿌리이니라. 음욕의 근원을 끊으려거든 우선 그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마음이 안정되고 생각이 풀린 뒤에라야 도를 얻을 수 있으리라."
부처님은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열두 가지 인연은 어리석음(無明)을 근본으로 삼는다. 어리석음은 모든 죄의 근원이요, 지혜는 모든 선행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어리석음을 끊어버린 다음에야 생각이 안정될 것이다."
그 비구는 몹시 부끄러워하면서 스스로 꾸짖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뜻을 굳게 지키고 생각을 다스렸다. 망상을 몰아내고 온갖 욕심을 막아 안정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부지런히 정진한 끝에 마침내 도의 눈이 열리었다.
<법구비유경 교학품>
[듣고 또 들어 성인의 지혜를 이룬다,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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