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라문에게 딸이 있었는데, 소녀는 열 다선 나이로 양귀비꽃처럼 아름답고 총명한데다 말에 거리낌이 없는 변재까지 갖추고 있었다. 소녀는 몹쓸 병에 걸려 치료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채 이내 죽고 말았다. 마치 잘 익은 보리가 들불에 모조리 타버린 것과 같았다.
아버지인 바라문은 자식의 갑작스런 죽음에 정신을 잃고 마치 미친 사람과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법을 설하여 사람들의 근심을 잊게 하고 걱정을 덜어주는 성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성인을 찾아갔다.
"저는 무남독녀 외동딸 하나만을 믿고 사랑하면서 온갖 근심을 잊은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애가 갑자기 몹쓸 병에 걸려 저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 애 일만 생각하면 가엾어 미칠 것 같습니다. 원컨데 저를 굽어 살피시고 깨우쳐서 이 근심의 매듭에서 풀려나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오래가지 못하는 네 가지 일이 있소. 항상(영원)하거니 하는 것은 반드시 덧없이 되고, 부귀는 반드시 빈천하게 되며, 한번 만난 사람과는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건강한 사람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오."
이같이 말씀하고 나서 게송을 읊으셨다.
영원하다는 것 모두 사라지고
높다는 것은 반드시 낮아지며
모인 것은 뿔뿔이 흩어지고
한번 태어난 것은 기필코 죽느니라.
바라문은 이 게송을 듣고 곧 마음이 열리어 근심과 슬픔의 매듭이 풀리었다. 그리고 머리와 수염을 깍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덧없음(無常)을 꾸준히 생각하다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법구비유경 무상품>
[듣고 또 들어 성인의 지혜를 이룬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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