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어떤 나라의 왕은 자비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잘 보살폈다.
달마다 나라 일을 두루 순시할 때에는 수레에 의복과 약품 등 갖가지 생활용품을 싣고 나가
가난한 사람과 병자에게 고루 나눠주고,
죽은 사람이 있을 때는 장례를 치러주었다.
특히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면 그것을 자신의 허물로 자책하였다.
'내가 덕이 있었다면 백성들도 풍족하게지낼텐데 내 덕이 부족한 탓으로 백성들이 가난하구나.
그러니 이 백성들의 가난은 곧 내 자신의 가난이나 다름없다.'
이때 제석천(帝釋天)은 왕의 덕행을 시험하기 위해 한 늙은 바라문(바라문교의 수행자)으로 변신하여
왕을 찾아가 돈 천냥을 달라고 했다.
왕은 그 자리에서 천냥을 주었다.
그러자 바라문은 받았던 돈을 되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늙었습니다. 이 돈을 도둑에게 뺴앗길까 두려우니 왕이 한동안 맡아 주십시오."
왕은 그 돈을 맡아 주었다.
제석천은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신하여 왕에게 가서 왕의 덕을 찬양하며 말했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해 본래 귀족의 신분이었으나 지금은 보다시피 이렇게 천민이 되었습니다.
외람되지만 대왕의 그 영화를 사모하여 왕위를 얻으려고 찾아왔습니다.
나에게 나라를 맡겨 줄 수 없겠습니까?"
왕은 선뜻 왕위를 내어 주고 나서 처자와 함께 낡은 수레를 타고 궁전을 떠났다.
제석천은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신하여 왕의 앞에 나타나 수레를 달라고 했다.
왕은 수레마저 기꺼이 내어 주고 처자와 함께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제석천은 다시 맨처음의 바라문으로 변신하여 왕 앞에 나타나 맡겨 두었던 돈 천냥을 달라고 했다.
"나는 왕위를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느라고 경황이 없어 당신이 맡겨둔 돈을 따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사흘 안으로 그 돈을 돌려 주시오."
왕은 아내와 자식을 어느 집에 잡히고 돈 천냥을 빌어 그 바라문에게 돌려 주었다.
왕의 아내와 자식은 그 집에서 도둑의 누명을 쓰고 옥에 갇혔다가 마침내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
왕은 남의 집 고용살이로 돈 천냥을 벌어 아내와 지식을 구하려고 찾아가다가
거리에서 참혹하게 죽어 있는 그들의 시신을 보았다.
왕은 스스로 한탄하기를 '나는 전생에 지은 악업으로 지금 이런 과보를 받는 구나'하고,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께 전생의 자기 죄를 참회하였다.
그런 다음 왕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선정(禪定)에 들어
이제까지의 모든 일이 다 제석천의 시험임을 알았다.
그 뒤 왕은 아내와 자식을 되찾게 되었고 백성들의 간청으로 다시 왕위에 올라 나라를 잘 다스렸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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