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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천서0.0001(2권)

아픈 분들을 생각하며

by 날숨 한호흡 2010. 4. 1.

 

 

 

선계는 드디어 자신의 모습인 맑음, 밝음, 따뜻함을 회원님들에게 뿌리내리기 시작하셨습니다.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어제는 잇몸병이 아닌가 했는데 통증이 잠을 깨우는 것을 보니 충치가 생겼나 봅니다. 가만히 통증을 들여다보며 아픔이 빚어내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 빚어내는 신음이었습니다. 이내 아픔과 하나가 되어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점점 아픔이 줄어듭니다.

 

헌데 하필 오늘 충치가 드러나는 것을 보니 아픈 분들을 생각하는 제 마음이 충분치 않았나 봅니다. 좀 지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다들 아프다고 했으니까요.

 

새벽에 일어나 앉으면 저는 세상이 토해내는 신음소리를 듣습니다. 수선대 식구들로 시작해서 수선재 회원들의 저마다의 고통을 느낍니다. 밤새 고통 속에서 후줄근해진 모습들...

 

몸의 아픔이 빚어내는 소리, 마음의 아픔이 빚어내는 소리, 그 모습들도 다양합니다. 질병, 생활고, 불화, 격정, 회한, 기본적인 욕구들이 채워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볼메인 아우성...

 

허나 그것들은 모두 살고자 하는 몸부림의 표현입니다. 죽고 싶은 마음조차도 살고 싶은 마음이 빚어내는 역반응에 불과합니다. 살고 싶은데 여의치 않으니까 차라리 죽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어느 새 혼자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다정한 이웃이 생겨났어요. 나의 고통은 이미 나만의 고통이 아니게 됐습니다. 함께 나눠줄 도반들이 늘어났습니다. 어제 저는 그것을 실감했습니다.

 

 

우리 수선재 식구들 중 한 분이 수술이라도 받게 되면 저는 며칠 전부터 마음을 가다듬고 운기를 시작합니다.

 

병원 전체의 탁기를 몰아내고, 입원실을 정화시키고, 수술실을 정갈하게 합니다. 수술 전날부터 선계의 기운을 환자와 수술진에게 연결합니다. 수술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모든 것을 중지하고 온 마음을 모아 수련합니다.

 

OOO님이 수술 받는 날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전 회원들이 고통을 분담하라는 선계의 당부가 있는 뒤여서 다른 때보다 좀 더 정성을 기울였지요. 새벽에 일어나 108배를 드리고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그 날은 다른 수련생들에 앞서 제일 먼저 병원을 떠올렸습니다.

 

헌데 이게 웬일인지요?

 

OOO님이 입원한 병실 부근 100m 반경에 이미 기운의 띠가 굵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수선대로부터, 수선재 각 지부로부터 약 50여 명의 회원들이 보내는 마음이 기운으로 전달되어 희뿌연 선계의 기운이 소나기 내리듯 내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OOO님은 혼자 수술 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계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원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샘이 되어 솟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솟아오르기 시작한 샘은 줄기를 흐르며 흐르겠지요. 그 냇물이 종국에는 바다가 되겠지요. 허나 바다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샘물은 그 자체로 감로수를 제공합니다. 목마른 분들에게 휴식을 줍니다.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은 분들이 생기를 얻어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입니다. 아픈 분들의 고통을 희석시켜 줄 것입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어느 새 수선대 수련장에 불이 켜져 있군요. 사랑스러운 분들이 눈 비비고 일어나 앉았나 봅니다. 오늘은 어째 그분들이 토해내는 신음소리가 안 들립니다. 지금 병원에서 고통받는 분을 생각하니 자신들의 아픔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나 봅니다.

 

OOO님의 아픔은 여러 분을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 사랑하는 이와의 사랑, 도반들과의 사랑, 업이 되는 아픔도 많은 반면 이렇게 좋은 이들을 서로 엮어주는 아픔도 있군요. 수선재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선계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침 제가 선계에 드리는 감사는 그 감회가 더합니다.

 

선계는 드디어 자신의 모습인 맑음, 밝음, 따듯함을 회원님들에게 뿌리내리기 시작하셨습니다. 불가능하게 여겨지기도 했었던 그 일을 해 내셨습니다. 좀처럼 꺼지지 않을 빛을 서서히 드러내시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장 몸을 교재로 공부하는 수련생들, 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