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세계는 아주 유능한 전문가가 다뤄야 하는 분야입니다.
말 한마디도 적시에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그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보통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편견에 의해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굉장히 건방져서 눈에 자꾸 거슬린다 할 때
겸손하라고 계속 옆에서 충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그분의 공부는 그게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맘껏 교만해도 되는 때일 수 있습니다.
그 교만함을 가지고 뭔가를 해야 하는 시점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옆에서 보기 싫다고 계속 겸손하라고 주문하면 혼돈이 옵니다.
겸손한 것이 늘 좋은가? 그렇지 않습니다.
겸손이라는 것이 다 양보하고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의욕적인 상황은 아니거든요.
한참 뭔가를 이루어야 할 때 겸손하면 그 사람은 이루지를 못합니다.
뭔가 막 용솟음치고, 하고 싶고, 주체할 수 없이 기운이 뻗치고,
이런 힘으로 뭔가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시점인데 옆에서 자꾸 "겸손해라, 낮아져라" 하면
그 사람은 지금 해야 하는 공부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비전문가가 전문 분야를 다루는 것은 범죄"라는 말을 제가 늘 합니다.
말 한마디 하는 것이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일입니다.
적시에 해야 하고 상처를 내면 안 됩니다.
피부에 가벼운 생채기가 난 것도 아무는 시간이 필요한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번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아무는 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사실 그 사람은 상처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보기 싫다고 자꾸 긁어댄 겁니다.
[3장 성숙한 대인관계를 위하여,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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