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 깊이 들어가면 처음에 거론되는 돈에 대한 욕심, 성욕 이런 것들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것은 그냥 거죽의 얘기들입니다.
초보들이 그걸 가지고 씨름하는 것이지, 깊이 들어가면 그게 아닌 거예요.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합니다.
외로움, 원망, 그리움, 그리고 또 갈증이라고 그러죠.
그 목마름이 정신적으로 사랑을 계속 갈구하면, 갈애라는 표현도 하는데,
끊임없이 사랑을 구한단 말이에요.
특별한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외로우니까 누군가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대상이 그 사람일 뿐인 겁니다.
상대가 바뀌어도 상관이 없는 거죠.
내가 이 시점에서 뭔가 필요한데, 그래도 제일 인연되는 사람이 그 사람일 뿐인 거예요.
왜 그런가 하면 끊임없이 갈구하기 때문에 그런 거죠.
사랑에 대해서 구하는 겁니다.
그것이 연인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또 부모, 자식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는 거예요.
자식 없는 사람들 보면 굉장히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하죠.
남의 애를 데려다 키우고 그래도 되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룹니다.
그런데 왜 그런가 하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내가 보살펴주고 싶은데
그 대상이 아이이고 부모이고 남자고 여자고 이런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끊임없이 갈구합니다.
갈구하는 것이 돈이라든가 성욕이라든가 이런 것은
아예 초보단계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것도 못 넘어서고 죽을 때까지 가기도 하죠.
도 닦는 사람들이 거기서 허우적거리다가 그것도 못 넘고 끝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걸 넘고 넘어 가면 뭐가 있는가 하면,
마음의 세계에서 아주 집요하게 달라붙는 것들이 있는 거죠.
그런 것들은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전부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에게 나타나는 '마' 입니다.
인간의 일은 전부 애증입니다.
사랑과 증오로 벌어지는 일들이 모든 인간사입니다.
내마음 속의 한 마음, 뭐 보기 싫다, 질투, 원망, 밉다, 그것 하나를
내가 무심으로 만들기 위해서 수련하면서 계속 투쟁하는 겁니다.
무심이 되기 위해서.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를 배신했어요.
배신했는데, 동의 없이 배신했단 말이죠.
같이 헤어지자 하고서 헤어지면 괜찮은데, 동의 없이 배신했단 말이죠.
동의 없이 한 쪽이 말없이 배신하면 그 원망하는 마음을 삭이기 위해서는,
10년을 사귀었으면 헤어지는데 10년 걸린다고 그렇게 봅니다.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함부로 마음 주고 정주고 이러는 것이 아닌 겁니다.
인간사라는 것이 10년을 사귀었으면 헤어지고 백지 되는데 10년이 걸리는 겁니다.
인간이 쌓아온 감정의 교류라는 것이 그렇게 집요합니다.
그래서 너무 너무 밉고, 원망스러워 정말 죽이고 싶다,
그런데 그 마음을 내가 삭이고 '그런 사람이 있었나? 그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했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백지로 만들기까지 숨으로써 삭여내고 버리고 빨고 하는 거예요.
그것도 안 되면 햇볕애 널고, 창고에 박아놓고, 다 버린 줄 알았는데
또 꺼내보니까 애착이 생겨서 빨아서 널고....
하여튼 어쩔 줄을 몰라서 계속 빨았다 널었다 처박았다 태웠다 합니다.
대개 사람들을 보면 술 먹고, 계속 담배피고, 딴 데 가서 바람피우고,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서 온갖 짓을 다 하는데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거예요.
또 그 사람이 '내가 잘못했다 살려 달라' 그런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한 번 품었던 마음은 그 사람 소관이 아닌 내 소관입니다.
그 사람은 하나의 도구일 뿐인 거예요.
그 사람을 대상으로 내가 한 일이예요.
그러니까 내가 풀어야 되는 거죠.
사실 그 사람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역할을 해줬던 것 뿐이에요.
사실은 옆에 있어준 죄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 걸 수련하면서 무심이 되도록 그냥 자다 깨면 밤낮 떠오르는
그 얼굴이 안 떠오르게,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게 만드는
이 과정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겁니다.
'무'로 만든다는 것이.
또 그것만 있는 게 아니죠.
내가 인간관계를 저 사람하고만 맺은 게 아니라 온갖 사람과 맺는데
애증 이런 것을 삭이고 하는 것을 수련을 통해 매일같이 하는 거죠.
기력이 얼마나 많이 소모가 되는가 하면 앉아서 죽을 지경인 겁니다.
혁명입니다. 전선에 가서 오늘 죽고, 내일 죽고, 폭탄이 날아오고
이런 상황에 내가 있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가 소모가 되는 일입니다.
[ 생애 최고로 행복한 기회를 잡다 19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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