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들이 사춘기를 좀 빨리 겪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락도 없이 늦게까지 안 들어오기도 했는데,
저는 그때마다 뭐했냐고 꼬치꼬치 안 물어봤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전에는 저도 참 철저한 성격이어서 아이들에게도 많이 관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명상을 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제 분신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독립된 개체이고 제 몸을 빌어서 나왔을 뿐이지 저하고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체더군요.
그리고 나이가 어리든 공부를 했든 못했든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이 있어서
'옳다, 그르다' 하는 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겪어보고 '좋지 않다' 고 느껴서 자기가 안 해야지,
하고 싶은 건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감쪽같이 하고야 맙니다.
반작용으로 거짓말하게 되고 불신만 쌓입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자' 했습니다. 본인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잘 할 수 있도록.
제가 집안에서 중심을 잡고 확실하게 있으면
남편이나 아이들이 크게 이탈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소의 고삐를 매놓으면 멀리 못 가듯이 엄마가 집에서 고삐를 잘 쥐고 있으면
거기서 돌아다니다 맙니다.
탈선하는 아이들이나 남편의 경우는
안에서 어머니가 흔들리고 밖으로 나돌 때 그런 겁니다.
저는 밖에서 구할 게 하나도 없었고, 제 안으로 들어가는 명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신다? 집안이 편안하고 안심이 되니까 그렇지,
집이 불안하면 못 그럽니다.
퇴근하기가 무섭게 들어오게 됩니다.
[무심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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