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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살이 실천하기/웰빙 공간

[마을]적정기술로 만드는 산골마을-산청

by 날숨 한호흡 2007. 3. 16.
산골마을에 적정기술의 문화를 열다.
경남 산청 민들레공동체에서 잔치 같은 삶을 열기위해 적정기술센터를 만들고 있는 이동근님을 찾아서
 
▲ 시멘트나 합성 건축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을 닮은 풀 짚으로 만든 주택풍경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지난 9월말 온 가족이 전남순천에 있는 처가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중 짬을 내어 경남 산청에 있는 ‘대안기술센터’ 이동근님을 만났다. 진주에서 대전으로 연결지어진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다가 단성IC에서 빠져 경호강변을 달리니 민들레공동체가 있는 갈전마을 푯말이 보인다.

이곳에서 우측 마을길로 3키로 쯤 접어드니 둔철산 동쪽자락이 감싼 전형적인 농촌인 갈전마을이 민들레공동체를 품고 있었다. 주일이라 민들레공동체 11시 예배시간에 맞춘다는 것이 조금 늦었다. 전화를 받고 마중나온 이동근님은 벌써 큰 길가에서 커다란 밤색 선글라스를 쓰고는 우리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나무가 즐비한 도로가에 주차를 시키고는 햇살을 받아 윤기가 흐르는 들녘을 거쳐 민들레공동체 2층 다락방 예배실에서 살가운 예배를 드렸다.

▲ 산청 갈전마을에 도착해 보니 어느덧 잊고 있었던 황금빛 가을을 맞고 있었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민들레공동체에는 교회건물이 따로 없다. 공동체주택 2층에서 예배를 드리고 1층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있는 듯 보였다. 공동체주택 앞에는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있고, 흙으로 만든 민들레 아트센터와 풀 짚으로 단열을 한 4평의 흙집이 적정기술센터 사무실로 쓰이면서 촘촘하게 자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곳 민들레공동체에는 목사님이 따로 없고 대신 김인수 전도사님이 대표로 활동하고 계셨다. 예배후 따스한 햇살아래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우던 30여명의 공동체식구들이 저마다 편안한 자리를 잡아 식당안과 밖에서 소박한 식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민들레공동체는 1991년 설립되어 15년 동안 서부경남지역의 무교회 지역 전도와 교회개척사역을 했고, 현재까지 22개 교회를 개척 농촌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농촌의 문제는 정책, 환경, 재정이전에 사람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동안 농촌인력개발에 사업의 대부분을 집중해 왔으며, 현재는 공동체 부설 대안기술센터(Alternative Technology Centre)를 세워 대체에너지와 대안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마을 건축을 시작했으며 농업과 문화와 영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귀농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해외선교에서도 열심이다. 특별히 민들레 아트센터는 자연과 농촌생활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핵심사업이다.

▲ 그곳에는 미래의 살만한 세상을 준비하는 민들레공동체가 있었고, 적정기술센터를 운영하는 이동근님이 환한 미소로 맞아 주었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이동근님은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미래를 열어가는 것은 첨단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 적정기술이란 것에 확신을 가지고 영국으로 대안기술을 찾아 공부하러 갔다가 왔다. 어릴 적 꿈 가운데 하나가 과학자가 되어 우리나라에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석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란 이동근님의 꿈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그는 영국에서 귀국하여 폐식용유를 모아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 트랙터와 경운기 그리고 자동차에 넣어 다양한 연료실험을 해 보면서 다시 한 번 어릴 적 꿈으로만 간직한 현실을 만들어보게 된 것이다.

인류는 수천 년 혹은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석유로 대부분의 문명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들이 조금만 관심을 자연 속에 둔다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존재하는 여러 유지식물들을 만나게 된다. 가령 유채꽃과 해바라기, 감자와 고구마, 콩 등에서 단지 몇 개월 만에 석유와 동일한 성분을 가진 식물성기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원자력과 석유로만 의지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단순하고 소박하게 만들어진 생태적인 뒷간으로 가는 길입니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점심식사 후 이동근님의 적정기술 현장들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비닐하우스 창고 한쪽으로 다양한 공구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고, 나무로 깎아 만든 여러개의 프로펠러가 눈에 띄었다. 중앙에는 실험을 진행 중인 식물성기름(바이오메스)들이 즐지어 놓여져 있어 에너지 대안을 향한 굳은 진념과 열의를 경험했다.

적정기술이란 자연에 대한 사람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미치게 하는 문화로 생활면면의 효율성과 편리성 보다는 창조세계에 대한 생각을 먼저하는 사람존중의 가치 체계이다. 이에 문명이기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좀더 사람다운 삶의 기술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 마당 한켠에 자리잡은 적정기술센터 사무실은 흙과 풀 짚으로 만들고 지붕에는 잡초를 얹었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집으로 돌아오기 전, 둔철산과 황금들판이 만나는 곳에 멋지게 만들어놓은 풀 짚으로 만든 흙집(스트로베일하우스)을 자세하게 관찰하기 위해 찾았다. 마침 주인장은 출타하고 없었지만 이동근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건축의 실제를 잘 들러 보았다.

올해 초부터 지어오던 볏짚 주택은 여러 공정들과 태풍의 피해를 거쳐 이제야 완공됐다고 했다. 과거 농촌마을 곳곳에 있던 담배건조장을 연상하여 만들었다는 볏 짚으로 만든 주택의 형태는 주변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민들레공동체식구들이 힘을 모아 하나의 모델주택을 만들어 놓은 흔적들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평당 건축비용을 그리 많이 들이지 않아 경제성은 물론 실용성을 두루 갖추었고, 덤으로 주변의 자연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창문을 여럿 냈다.

시간이 지나면 태양열에너지의 이용을 위해 지붕의 각도를 30도로 신경을 썼다고 했다. 내부 시설도 사람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동선으로 각실들과 방들을 배치했고, 나무계단을 통해 오르는 다락방을 민들어 아이들을 위한 고려도 잊지 않은 것 같다.

이집은 콘크리트나 벽돌, 값비싸게 수입되는 나무와 같은 각종 자재들은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거기에 상응하는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러한 풀 짚 건축은 화학독성과 발암물질 등이 함유된 현재의 석유화학 건축자재들로 부터 우리들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시켜 줄 것이기에 미래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 적정기술센터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 건물의 내부모습, 단열재로 풀 짚을 사용했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볏 짚으로 만든 주택은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장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으로 인식되어 곳곳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가을철 추수가 끝나고 남은 볏 짚은 직 육면체 모양의 벽돌처럼 베일러로 묶여 가축의 사료나 집을 짓는 재료로 사용하는데 볏 짚은 그 자체가 벽돌을 대신하고, 유리솜이나 스티로폼 같은 단열재를 대신한다. 이는 첨단재료의 독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경제성에서도 이득을 돌려 준다고 했다.

그는 "볏 짚에는 미생물들이 살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위해 좋고, 기관지에도 좋다. 앞으로 농촌 경제에도 다각도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며,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주거환경 조성으로 농촌이 지니고 있는 경관을 지켜내 주는 데 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볏 짚의 장점들을 세세히 풀어 주었다.


▲ 담배건조장을 닮은 풀 짚(스트로우베일 하우스)은 잡초를 이고 있었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또한 앞으로 나무를 깎아 프로펠러를 만들고, 구리 코일을 감아 자석을 붙여 풍력발전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태양열 난방 시스템과 큰 규모의 태양열 오븐, 바이오 가스 플랜트, 자연 하수처리시설 등을 하나씩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이외의 생활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대체의학이나 자연농축산업 같이 삶에 필요한 여러 부분들은 더불어 살고 있는 민들레공동체식구들과 함께꾸려 나갈 것을 궁리중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사람과 자연과 지역사회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함께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진정한 기술이자 희망으로 여기는 것 같다.

▲ 흙집의 은은함이 베어 있는 풀 짚의 내부모습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그는 요즘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만든 바이오 디젤을 자동차에 넣고 타고 다닌다. "바이오 디젤을 넣은 자동차를 타고 가노라면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날 동네 전체를 뒤 덮던 구수한 튀김 냄새가 배기통에서 난다."면서 "이것을 보일러에 넣으면 마치 동네잔치를 할 때 바베큐를 하는 것처럼 식욕을 돋우는 향기가 온통 마을을 뒤덮고 오래되어 검은 연기를 마구 뿜어내는 트럭도 바이오 디젤을 먹으면 그 맛을 아는지 다 소화해서 매연을 거의 내놓지 않는다." 또한 바이오 디젤을 만들 때 부산물로 남은 글리세롤은 천연 비누가 되어 설거지 때 동네 아낙네들의 피부를 보호해 준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 거실에서 이층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앙증스럽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요즘처럼 햇빛이 좋은 여름에는 슈퍼에서 버리는 종이상자를 가져다가 태양열 오븐을 만들어 아이들과 계란을 삶고, 밥을 해 먹는다. 햇빛으로 구워진 계란은 그 맛이 일품이다. 고온으로 올라가지 않아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영양소 파괴가 없어 그 어떤 웰빙 식품의 요리와 견줄 만하다. 물론 장마 때나 비가 올 때는 유한한 화석연료를 이용해야 하는 단점도 있지만 환경파괴가 없고, 쓰레기가 될 종이박스를 재활용할 수 있으며, 누구나가 쉽게 만들어 사용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개발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라며 편리와 이윤에 눈멀지 않는 기술들을 전해주었다.


▲ 거실 중앙을 환하게 밝히는 조명등이 인상적이다.
www.naturei.net 2006-10-29 [ 류기석 ]

현재 민들레공동체에 몸담고 있는 이동근님에게 기독교공동체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물었다. 대뜸“부르더호프 공동체의 핵은 예수님이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물질을 버리고 욕심을 버려 공동체를 꾸려나가려 한다.”면서 “마음속에 담겨있는 대안기술들을 하나 둘씩 현실화시켜가자“는 마음속에 담가 두었던 꿈을 꺼내 보였다.



류기석 기자
[2006-10-29 23: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