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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살이 실천하기/웰빙 공간

[마을]자연이 순환하는 마을-강화도

by 날숨 한호흡 2007. 3. 16.
자연이 순환하는 마을만들기
도시의 병든 건축에서 에너지중심 생태건축 구상중인 양성욱님을 찾아서
 

강화에서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전등사 남문 주차장 입구를 지나다가 컨테이너를 활용하여 만든 캠프에 여러 개의 풍력발전기 모형과 태양광전지가 눈에 띄어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다. 기회가 되면 캠프 운영자를 만나 그곳을 자세히 돌아봐야지 생각하고는 잊고 지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후 2004년 12월 20일 연세대에서 [제1회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과학기술, 환경, 문화의 조화]라는 주제로 사랑방포럼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곳 강화바이오캠프를 운영하는 양성욱(41세)님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 후로 지금껏 생태적인 문화 찾기의 다양한 모임을 통해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 전등사 입구에 마련된 바이오캠프 전경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2005년 초 지인들과 정식으로 강화도 전통사찰인 전등사를 거처 컨테이너로 재활용해 만든 그의 사무실과 체험교실을 방문했다. 그곳은 바이오캠프라는 에너지중심의 체험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곳으로 각종에너지체험 기구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캠프 아래쪽에는 커다란 비닐하우스에 지열시스템을 만들고 캠프건물 한쪽 지붕에는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계단식 물통으로 내려받아 각종 부들과 갈대 등의 식물로 정화하는 독특한 자연정화연못을 몇 단계에 걸쳐 설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현재는 매화마름 보존과 한국도시건축병리연구소의 각가지 건축현장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기에 돌볼 여력이 없어 방치상태란다.

▲ 대안 에너지중심의 마을을 꿈꾸는 생태건축가 양성욱 박사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그는 도쿄대 건축학과에서 재생에너지 시스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우리 전통 속에서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일에 골몰하다가 2001년 희망을 농촌에 두고는 인천에서 강화로 귀향했다. 처음 강화군 불은면의 고능리, 두운리, 상동암리 등 3개 마을에 태양전지, 풍력발전, 순무의 열매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는 사업, 숲 속 박물관사업 등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 모델사업과 연계한 문화사업을 할 계획들을 세웠다. 곧이어 세계적인 지열, 단열, 축열 시스템인 석빙고도 전등사나 강화군의 한 마을에 적용할 꿈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강화 특산물인 순무의 꽃과 열매가 휘발성이 강한 특성에 착안해 이를 식물성연료로 바꾸는 실험에도 열심이다.

최근에는 아예 가족들을 이끌고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에 있는 허름한 농가를 얻어 자신이 직접 낡은 벽을 허물고 풀 짚으로 단열을 채워 흙으로 집안 밖을 손수 꾸미는 실험에 나섰다. 올봄 지인과 찾았을 때는 한창 공사 중이어서 제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쯤은 멋진 생태흙집으로 다시 태어났을 것이다.

▲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에 있는 빈 농가를 풀 짚으로 재건축 했다.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그는 이 볏짚을 재활용한 건축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몇 개월 전에 농가를 지저분하다고 부수거나 방치한 것이 너무 안타까워 전시교육과 실험목적으로 사비를 털어서 개축했다. 볏 짚단을 활용한 재건축이다.”라고 말하고 “이 공법은 미국에서 120년 전에 농가에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순환형 주택공법으로 유럽과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져 보급되고 있는 적정기술이다. 온도나 습도가 조절되고 단열, 방음이 뛰어나고 튼튼한 구조로 되어 있다. 경제적으로나 재료의 순환성으로나 아주 매력적인 공법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기존의 주택보다 냉난방비가 절반도 안 든다. 거실부분에는 간이 구들을 놓았고 난방배관 사이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약국에서 쌍화탕 병을 얻어와 깔았다.”면서 실제적인 재건축실험에 자긍심이 대단했다. 그가 예상한 대로라면 올해의 겨울은 온 가족이 따뜻하게 보낼 것이다.

▲ 농가의 내부공간도 흙과 나무로 꾸며져 운치를 더해준다.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일도 겪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원시적인 톱밥화장실을 사용하여보고는 원망이 자자했다는데, “화장실은 카센터에서 쓰고 버리는 깡통으로 톱밥화장실을 직접 만들었다. 다 짓고 보니 동네사람들의 평이 더 재미있다. 동화 속에서 나오는 집 같다, 옛날 초가집 같은데 몽실몽실하다는 둥.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집을 사용해본 집사람과 아이들이 수세식 화장실로 바꿔달란다. 불편하다는 까닭이다. 단추만 누르면 만사 해결되던 것이 톱밥을 떠서 덮어야 하는 불편함과 왠지 지저분한 느낌 때문이다. 한 달 동안 합병정화조의 환경 문제와 똥이 자원이라는 똥 철학에 이르기까지 전력을 다해서 설득했건만 반응은 시큰둥했다.”라며 고심한 이야기와 이후 자연스럽게 해결된 과정들을 설명했다.

▲ 온전히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 양성욱 박사와 그의 아내를 만났다.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때마침 5월 이후가 되니 마을 곳곳에서 물이 모자라고 수도배관이 고장이나 단수가 되는 바람에 톱밥화장실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마을의 수도배관을 고치는 데만 1개월이나 걸렸으니 상상해 보라, 온 동네가 똥과 오줌을 못 누어서 아침에 얼굴을 보면 누렇게 떠있고 다들 밝지가 못하다. 그래서 피난 가는 집도 나오는 판에 우리 집만은 멀쩡하게 잘들 살고 있는 것이다. 궁금하게 여긴 동네사람들이 와서 보고는 선견지명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사건 뒤 우리 집 톱밥화장실은 불편이 아니라 자랑거리로 바뀌었다.”면서 조상들의 지혜로운 삶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는 완전한 농촌마을이다.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그는 농촌에 희망이 있다고 보고 강화도의 여러 마을을 생태에너지 마을 겸 재생가능에너지 메카로 바꾸기 위한 의욕적인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강화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전등사 25만평을 무상으로 받아 우선 풍력·태양전지·지열시스템을 모델로 조성하는 사업은 주지스님이 바뀌는 바람에 주춤한 상태지만 꾸준히 강화도 곳곳을 에너지중심적인 생태마을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 다양한 건축기법들을 적용시킨 산마을고등학교 현장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최근 강화 산마을고등학교와 인근기숙사의 건축을 에너지전환시설들로 채웠고 농민들과 농촌을 살릴 희망적인 순환기술과 소통의 공간을 고민하며, 날마다 실험하고 있다. 미래에는 강화도에 쓸모없이 버려진 국공유지들을 에너지농업단지로 만들 꿈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마련한 숲 속 공간에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자연치유공간으로서 생태캡슐주택을 지어 다양한 문화를 펼쳐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어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 관심이 간다.

▲ 강화에 있는 산마을고등학교는 태양광과 지열로 에너지를 전환했다.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

▲ 산마을고등학교 기숙사 현장에서 바라본 학교풍경
www.naturei.net 2006-11-01 [ 류기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