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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활의 발견/하루하루이야기

2013년 12월 31일.. 새벽에.. 인기 드라마 보려다..

by 날숨 한호흡 2013. 12. 31.

 

 

 

2013년 12월 31일..

 

 

에너지 업계로의 복귀를 결정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

 

 

MBC 기황후를 빠짐없이 즐겨 보는데,

어제 회사의 대표님께서 주최한 이번 승진자들의 축하 회식 참석으로

보질 못했다.

 

 

다운받아 보려니, MBC 연기대상 시상식으로 결방이었다고..

TV 드라마를 잘 안보는데..

유독 사극물들 만큼은 보는 편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프로들은 꼭 본다.

대중의 인기와는 상관없이..

히트한 '뿌리깊은 나무' 등이나.. 시청률 저조했던 '칼과 꽃' 등이나..

(내 생각에 '칼과 꽃' 은 참 잘 만들어진 사극이다..^^ )

 

 

기황후를 보면서 그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는..

우선 주연 배우 하지원의 균형감 있는 연기와 엄청난~ 매력..

함께 출연하는 주연 및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역시 또한 넘치는 매력들에 있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역사적 사실의 부분 부분들을 대중적 흥미를 끌 소재들로 치밀하게 연결시키며,

말그대로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작가들의 능력에..

참으로 대단하다~ 는 생각이다.

 

 

흔히들 역사 왜곡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기황후를 비롯 과거 히트한 역사 드라마들을

비판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쩌면 우리가 진실로 알고 있는 역사들이,

알고 있는 것만큼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실제로 왜곡되어 기록된 역사들도 많기에..

드라마 상에서 표현되는 역사의 왜곡에 대해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엔지니어로서 생계와 행복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 때는 역사학도의 꿈을 가지고 나의 미래를 그렸던 한 사람으로서의 생각이다.

 

 

살면서 경험한.. 나에 대한 또는 다른 이들에 대한 또 다른 이들의 평가나

둘러 둘러 들리는 소문들을 가만히 하나하나 찬찬히 분석 또는 정리해보면..

실제의 그 사람(또는 나)과는 많이 다르게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함을 볼 때,

지금의 역사나 여러 기록들이 꼭 백프로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

 

 

여튼..

연기자들의 역량에 작가의 상상력이 극대화 되고 절묘한 밸런스를 갖춘 드라마..

기황후를 보는 즐거움이 나의 하루 하루 행복한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나이들면 남자들은 집안에서 드라마를 보고..

나이들면 여자들은 점점 밖으로 나돈다는데..

내가 그런 경우인가??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원래는 기황후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비교적 여러 회사를 거친 나와는 달리

올해 내가 입사한 회사의 대표님은 대학 졸업 후 지금의 회사만 30년을 다니신 분이고,

그만큼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애정이 대단한 분이다.

 

 

그런데 이 분이 얼마전 회사로부터 임원 계약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임원들은 계약직이다..

2년 또는 3년의 주기로 재계약을 하는 직위이다.

 

 

그런데 이 분은 얼마전 아내와 사별을 하였다..

 

 

아내와의 사별에 이어진 회사로부터의 퇴사 통보..

생애에 걸쳐 사랑하던 두 대상을 한꺼번에 잃어버리신..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이다.

 

 

그동안 술자리를 하면 항상 이 분의 주요 대화 소재는

아내와 회사였다.

 

 

사모님과의 지난 시절 이야기, 현재의 알콩달콩한 이야기, 자녀들 함께 키우던 이야기..

회사 신입시절 이야기, 일해온 과정의 에피소드들.. 회사 동료들 이야기..

그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자신의 삶의 원동력이 되었을 수도 있던

두 가지를 한 번에 잃어버리신 것이다. 

 

 

이 분이 지금 어떤 심정일지는..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나는 이미 한 번 이 두 가지를 잃어버렸던.. 아니 의도적으로 버렸던 적이 있다..

생태공동체 일을 하겠다고..

한참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아이들을 떠나 본 적이 있다. 한 3년간..

 

 

이 분의 '어쩔 수 없는 상황' 과 나의 '스스로 선택한 상황' 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어찌되었던..

버리는 연습, 비우는 연습을 평소 미리미리 해두는 것이 정말 필요함을 다시 확인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들 중 영원한 것은 없다..

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영원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사후의 것들?

이런 것들은 영원할 수는 있으나 현재의 실체는 없는 것들..

 

 

그렇다면 영원하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나' 가 아닐까..

나의 육신이 아니라,

나의 영(靈) 말이다..

 

 

그리고 현재..

현재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 모든 존재들이 가장 확실한 것들이니..

나의 영(靈)을 믿고 그 영원함을 믿고..

나에게 주어진 현재에 충실할 것..

 

 

스스로 선택하든..

어쩔 수 없이 주어지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나의 영(靈)이 행복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

그 행복감이 주변의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수만 있다면..

 

 

오늘 출근하며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잘~ 하고,

퇴근 후 만날 나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 하고,

주말에 만날 자연의 대상들에게 잘~ 하고..

잘~ 주고 받는 삶에만 충실할 것..

어렵다고??

 

 

결코 어렵지 않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말이다.

 

 

 

기황후 보려 새벽에 눈 떴는데..

엉뚱한 넋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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