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는 여자
저희 어머니가 옛날에 집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며칠 전부터 쌀을 고르셨어요.
겨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낟알을 고르면서 온전한 쌀하고 온전하지 못한 쌀을 골라내시는 거예요.
그때는 제가 어려서 그런 것을 도저히 이해를 못 했었어요.
'바쁘신 분이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제가 수련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손님에게 정성을 들이신 것이 아니라 낟알을 고르면서
어머니 스스로에게 정성을 들이신 것이었어요.
그렇게 고르셔서 온전한 쌀로만 지은 밥을 대접을 하셨습니다.
손님이 남기시면 그 쌀밥을 막내인 제가 먹었는데 평생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성이 들어간 밥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음식점 같은 데 가면 정성이 든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보기만 해도 알아요.
어머니들이 정성 들여 지은 밥을 가족들에게 대접하는 가운데
그 정성의 기운만으로 자식들이 잘 되는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차려주고 대충 라면 끓여주는 어머니의 자식들은
그 무성의하고 정성이 없는 기운을 그냥 받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너무 축복이고
그 어머니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분이라 할지라도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가족들에게 대접할 줄 아는,
밥상을 차릴 줄 아는 분이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할 만한 것입니다.
김채원 씨라는 분이 '겨울의 환(幻)' 이라는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을 썼는데
부제가 '밥상을 차리는 여자'에요.
주인공의 어머니가 밥상을 차릴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화투도 치고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따뜻한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차려줄 줄 아는 어머니였다는 얘기에요.
정성을 들일 줄 하는 마음가짐은 어떤 면에서건,
즉 남을 대접하는 마음에서건 자기 스스로를 대접해서 하는 마음에서건 중요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이라도 아무렇게나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고 그런 것을
저는 참 싫어합니다.
저도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많이 있었는데 아무렇게나 먹지 않고
항상 격식 차려서 먹고 그랬어요.
제 자신을 위해서 밥도 새로 하고 반찬도 맛있게 해서 먹으면서
저 스스로를 존경해 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 습관들이 남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연결이 되면
저희 어머니가 정성을 들이신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한 가지를 그렇게 할 줄 아는 분은 다른 면에서도 정성을 들일 줄 알거든요.
수련에 있어서도 열심히 낟알을 고르듯이 한숨 한숨을 정성 들여 쉴 줄 알아야 됩니다.
낟알을 고르듯이 한숨 한숨 정성 들여 쉴 줄 알아야 됩니다.
낟알을 고를 줄 아는 마음, 숨을 쉬다가도 잘못된 낟알이 있으면 버리고
다시 제대로 낟알을 고르듯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숨을 쉴 줄 알아야
이 수련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선계이야기1-단전호흡, 수선재, 2000년 3월 출간, 15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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