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상자를 사면 그 중에서 상한 것부터 드시는 분이 계시고,
좋은 것부터 드시는 분이 계십니다.
성격 차이지요.
저는 항상 제일 좋고 맛있게 생긴 것부터 먹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썩을 것인데 맛없는 것부터 먹다 보면
계속 맛없는 것만 먹게 되거든요.
사람에게는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분이 '음식 버리는 것은 죄라고 하는데 상한 것도 다 먹어야 합니까?'
라고 질문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음식이 아닌 사람이 위주여야 합니다.
음식의 소망은 사람에게 먹혀서 잘 쓰이는 것이지만,
사람에게는 또 싱싱하고 좋은 음식을 섭취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면 낭비가 아니냐고 반문할 분도 계실 텐데,
음식도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본분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썩었습니다.
다 썩지는 않았더라도 그 중 일부가 썩었습니다.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이고, 줄을 잘못 선 것이지요.
그 자리에 있었기에 버려지는 것이지요.
밥을 먹다가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뜰살뜰 살면 좋지만 밥알 하나하나까지 다 긁어먹지 못해서,
또 바쁘다 보면 밥이 상해서 버리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 세대는 어려서부터 절약하는 것을 배우고 자라서,
버리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밥알도 버려질 자리에 있었기에 버려지는 거더군요.
그럴 때는 미안한 마음으로 버리면 됩니다.
'먹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는 마음으로요.
하루는 밥알이 항의를 하더군요.
먹어 주지 않으니까 왜 안 먹느냐고 항의를 해요.
그래서 밥에게 '네 잘못이다' 얘기를 했습니다.
'먹힐 자리에 있어야지 버려질 자리에 있었기에 버렸다'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먹어치운다' 는 말입니다.
흔히 어머니들이 식구들 다 먹고 난 다음에 찌꺼기 음식을 먹어치우지요?
제 어머니도 알뜰살뜰 하시느라 많이 그러셨는데,
사람이 위주지 음식이 위주가 아닙니다.
음식을 반드시 먹어치워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보세요.
사람은 귀한 존재입니다.
[4장. 몸을 사랑하는 습관,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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