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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라고 말한다면
저희 딸이 일주일에 두 번은 놀이터에 갑니다.
오늘도 역시 유치원 앞 놀이터에서 어둑해지도록 놀고 집으로 오는데, 화가 나는 겁니다.
‘아… 나는 퇴근해도 집안일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그냥 말했습니다. “나 이럴 땐 니가 참 싫어. 퇴근하고 와도, 집안일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게 놀이터에서 오래 놀고 엄마 힘들게 하는 연수가 싫어.”
험하게 말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말했어요.
그런데, 신기하네요. 싫어, 싫어, 싫어…… 이렇게 몇 번을 하고 나니까 안 싫은 겁니다.
진짜 싫어서 싫다고 말한 건데, 말하면서 벌써 괜찮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엄마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싫어도 꾹 참고, 불편해도 내가 다 양보하고 그러면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많이 노력했었습니다.
좋은 엄마가 됐느냐면 오히려 아주 변덕스러운 엄마가 되었었지요.
참고 양보하다가 더 이상 못 참으면 엄청나게 화내고, 그러면 미안해져서 또 참고, 참고 그러다가 또 화내고……
그런데, 간단하게 ‘싫어’라고 말하니 금세 기분이 가벼워지며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또 딸에게 말해줬습니다. “그런데, 싫다고 말하고 나니까 하나도 안 싫네.”
그랬더니 딸아이도 가벼운 표정으로 “그래?” 하며 웃습니다.
'싫다'라거나 거절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일이라는 걸 또 배웁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이런 것도 필요하네요.
-권희현 님의 명상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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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일기' 는 명상과 일상생활에 관한 수선재 회원들의 자기 성찰의 기록입니다.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 중 함께 나눌 수 있는 글을 명상편지로 발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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